경상.강원 갈려 남남된 이웃사촌 고포마을 다시 하나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이웃사촌이 행정구역상 경상도와 강원도로 갈라져 살다 보니 여간 불편한게 아닌데다 지역 이기심까지 생겨 갈등이 빚어지는등주민들 모두가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모릅니다.』 해안가 작은 마을이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상북도와 강원도로 갈라진지 20여년만에 내년 3월께 행정구역 개편으로 다시 하나가 된다. 구절양장(九折羊腸)첩첩산골 갈령재 아래에서 동해안 절경을굽어보는 경북울진군북면나곡6리와 강원도삼척군원덕읍월천2리 속칭고포마을.
조선시대까지 궁궐에 진상하는 최고품 미역 생산지로 유명했던 고포마을이 두개의 행정구역으로 갈라진 것은 강원도울진군이 63년 군사정부에 의해 경북으로 편입되면서부터.
행정구역이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던 개울을 경계로 경북과 강원도로 갈라지면서 32가구 주민 1백여명도 반반으로 갈라져 한마을에 살면서도 각종 민원업무는 관할읍.면사무소를 찾아야 하고 전화와 우편.새마을사업등 마을의 통상적인 일과가 모두 2원화 되고 말았다.게다가 자녀들의 교육도 경북과 강원도로 갈라져 학업지도와 통학에 어려움을 겪게되자 양쪽 교육청이 통학거리를 감안해 국교는 울진의 나곡국교로,중학교는 삼척의 원덕중학교로 배정했으나 역시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 니라는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한마을에 살면서도 이웃집과 전화통화때엔 비싼 시외전화요금을 물고 지역번호를 돌려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이 마을은 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도널리 알려진 곳.당시 군당국의 해안경비업무도 전방(강원)과 후방(경북)으로 2원화 돼 이같은 취약점을 이용,북한 무장공비 1백20명이 이 마을로 침투해 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행정구역 분할에도 주민들의 마음은 한결같아 1백㏊에 이르는 공동어장을 가꿔 전복과 성게를 비롯,예부터 진상품 돌미역으로 유명한 「고포미역」을 특산물로 생산하는등 고소득을 올리며 어촌계를 함께 운영해왔다.
또 해마다 음력 정월대보름이면 주민들이 수령 3백년의 당나무밑에서 마을의 번성을 비는 당제를 올리고 풍어제로 만선을 기원하는등 단합으로 세시풍속을 지켜왔다.
주민들은 이번에 다시 행정구역 개편문제가 제기됐을때 주민투표를 실시,전체 32가구중 절대다수인 26가구가 경북 편입을 희망했고 행정동의 명칭도 고유의 「고포리」로 결정해 내년부터 모두 경북고포리 주민이 된다.나곡6리 이장 박병문( 朴炳文.59)씨는 『뒤늦게나마 불합리한 행정구역이 개편돼 20여년간 맺혀있던 주민들의 응어리와 한이 한꺼번에 녹아 내리는 것 같다』고말했다. [蔚珍=金善王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