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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사회학>꼼빠니아-슈퍼우먼 신드롬 배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20대 초반의 한 여대생이 길을 가며 달콤한 상상 속에 빠져든다.『내가 되고싶은 것은… 음… 외교관,해외특파원,아니면 영문학교수….』 『하지만 지금 나는….』 상상은 깨져버리고 그녀는 이내 기초영어회화 교재를 들고있는 보잘것 없는(?)현실로 되돌아온다.때마침 외국인이 다가와 화들짝 놀랐다가 다행히도 우리말로 길을 묻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가 씩씩하게 걸음을 재촉하며 던지는 한마디.『 그래도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다.』여성의류브랜드 「꼼빠니아」의 이 광고는 젊은 여성을 겨냥한 다른 많은 광고와는 달리「슈퍼우먼 신드롬」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증권거래인.변호사 심지어는 보디가드.대통령으로까지,남성위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며 『여자들도 할수있다』고 외쳐대지만 실상은 마네킹처럼 예쁘게 잘 포장된 상품화된 여성일 뿐이다.외면적 아름다움이 결코 무시될 수는 없겠지만 몸치장에 그토록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과연 몇이나 될까 .외양적 아름다움 만큼이나현실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여성의 모습 또한아름답다.
이 광고는 빨간 스포츠카.해외여행 항공권.멋진 남자친구등 갖고 싶은 것은 많지만 주머니속엔 토큰 두개밖에 없는 현실에 만족하는 전편 가을옷 광고와 마찬가지로 현실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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