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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59) 서울 구로을 민주당 이태복 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신빈곤층이 대거 생겨났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복지 쪽에 쓰이는 세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면 복지행정을 전면 쇄신해야 합니다. 복지 담당 공무원 수를 늘리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 돼요.”

서울 구로을에서 여의도 진출을 노리는 이태복(54) 전 보건복지부 장관(민주당 구로을지구당 위원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에서 복지노동수석비서관과 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서로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하자는 겁니다. 복지부 예산은 10조원이지만 노동부·교육부·여성부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복지적 예산은 15조나 됩니다. 노동부도, 노사관계가 주된 업무이기는 하지만 막상 개입을 하더라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노동부도 결국 노동시장 안정화, 즉 고용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는 우리 경제가 구조적 한계에 부닥쳐 성장이냐 추락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앞섰던 남미국가들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이면 우리가 도리어 중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강변했다.

“성장의 동력이 문제입니다. 동북아 중심국가로 우뚝 서려면 성장의 동력이 필요한데 지금 정책 입안자들이 뒷짐을 지고 있어요. 과거 저개발 시대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우리나라가 중국을 따돌리고 동북아 중심국가로 클 수 있는 비전, 성장과 분배를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길을 제시하겠습니다. 총선 후 이 나라를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로 점핑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겠습니다.”

그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짜 2만 달러의 경제 강국과 선진사회의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 대안으로 ‘점핑 코리아 5대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신경제성장전략, 과학기술 진흥, 교육 개혁, 복지와 보건의료의 향상, 문화 인프라 구축이 그것들이다. 지역구인 구로에 대해서는 고용·실업 대책 추진, 중산·서민층 복지제도 확대, 교육 여건의 획기적 개선 등을 점핑 구로의 6대 과제를 지목했다.

경쟁자로는 이곳의 현역 의원인 이승철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현역 의원으로서 인지도는 높지만 국정운영의 경험과 경륜, 지역 문제를 푸는 정치력엔 한계가 있다”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 구로을에서 출마하는 이태복 후보(왼쪽)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복지노동수석비서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장관 시절 4,700억 상당의 보험 약가 인하 조치를 강구했지만 개각이 되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으며 그 바람에 여전히 국민들의 부담이 높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나름의 국가 비전을 실현할 장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택한 것에 대해 그는 “정치의 출발점은 신의”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정치권의 부패 청산도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잘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정동영 의장이 선보인 쇼맨식 민생정치는 곧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개인의 명예와 출세를 위해 살지 않았고, 기존의 정치풍토에 물들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정치 신인 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역설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양화(良貨)처럼 구축(驅逐)되는’ 곳이 우리 정치판이다. 뜻밖의 불출마 선언이 언론에 ‘아름다운 퇴장’으로 비쳐진 초선의 이창복 의원과 오세훈 의원도, 말하자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이계안 전 현대자동차 사장은 등원도 하기 전 단임을 선언했다. 이 전 장관은 이런 기류 속에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3D 업종인 정치를 직업으로 택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재선 의원 때까지 정치적 이상을 실현 못하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내일이 보이지 않는 경제와 양극화된 사회입니다.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으로 있을 때도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어요. 정치적인 파워 없이는 좋은 정책을 쓸 수도, 좋은 제도를 제대로 시행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새삼 국회에 들어가려는 건 국민들에게 호소해 좋은 제도와 법, 좋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필재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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