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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본우리동네>여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땅에 대한 풍수적 해석에서 우리가 만나는 아이러니가 있다.땅의 성격이 먼저냐,아니면 현상이 그러하기에 그런 해석을 하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마치「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논쟁과같다.그러나 동양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역(易)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풀린다.한마디로「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세상만사가 다 때가 되면 변하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서울 여의도는 이 변화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또땅의 성격이 절묘하게 드러난 곳이기도 하다.「너나 가지라」(汝矣)고 할 정도의 버려진 땅이 금싸라기로 변한 것에서부터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오늘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이나 방송매체.금융시장이 여기에 집결하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먼저 여의도의 지세를 더듬기 위해서는 두가지 눈으로 접근해야한다.하나는 서울이라는 큰 안목에서 여의도가 차지하는 위치고 다른 하나는 여의도 자체에 대한 해석이다.
서울의 중심을 4대문 안으로 볼 때,여의도는 이를 지켜주는 초소에 해당한다.풍수적 용어로 나성(羅星)이다.만약 서울같은 대기지에 여의도나 강(江)섬인 밤섬.선유도 같은 나성이 없다면명당으로서는 부족한 셈이 된다.특히 한강이 서울 의 기를 감당하고 있는데 여기에 나성이 없다면 기가 그대로 누출돼 명당의 성가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오늘날 한국이 이룩한 경제적 부는 우연인지 몰라도 여의도 개발과 궤를 같이 한다.60년대까지만 해도 여의도는 버려진 땅이었다.70년대 들어 여의도가 개발되면서 이른바「한강의 기적」이시작됐다.풍수적 해석에서 물은 부와 밀접한 관계 를 맺고 있다. 보다 쉽게 여의도가 지닌 물질적 상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영국.미국의 맨해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이들 나라나지역은 하나같이 섬으로 이뤄져 있다.여의도도 문자 그대로 섬이다.자본주의의 상징인 증권거래소나 전경련회관.노총 회관 등이 여기에 들어온 것은 자연의 순리다.
이쯤에서 다시 여의도 자체가 지닌 성격을 살펴보자.지도에서 볼 수 있듯 여의도는 물위에 떠 있는 거북의 형상을 하고 있다.한강상류를 향해 올라가다 잠시 멈춘 모습이다.한 지역이 제대로 혈(穴=기를 함축하고 있는 곳)을 맺기 위해서 는 혈을 받쳐주는 가지들이 있어야 한다.현재의 여의도는 이 가지들이 대부분 파괴돼 보이지 않지만 몇군데 그 흔적이 남아있다.
거북의 네다리를 상징하듯 한강북쪽 마포쪽에서 지맥이 건너와 형성한 볼록한 부분(왼쪽 뒷다리)과 유람선 나루터,그리고 오른쪽 여의교부분(앞다리)과 한국방송공사 우측이 그것이다.
이 거북은 여의도 광장(등부분)을 중심으로 동과 서,양쪽으로구분된다.꼬리쪽(서쪽=乾方)은 거북의 지혜가 모여있는 곳이다.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사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는 기관이 들어서는 것이 합당하다.국회의사당이라든가 언론기관 ,그리고 공공기관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비해 동쪽(머리부분=震方)은 거북의 주활력처다.따라서 주거지역으로써 평가할 만한 곳이다.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집의 방향이다.현재의 남향보다는 조래수(朝來水=집 앞으로 흘러오는 물)가 되도록 동향이나 또는 한강을 바라보는 동북향이 더 좋다고 하겠다.63빌딩 자리는 거북의 목에 해당한다.다른 측면에서 보면 배의 돛대부분이다.물에 떠있는 거북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는 점에서 가위 제자리를 차지했다고 하겠다.
동서를 갈라주는 중앙지대는 금융기관등 상업적 기관이 들어서는것이 타당하다.이는 통상 중앙이 토성(土星)으로 금전.재물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현재의 기관들은 모두 이에 충족된다고 하겠다.이처럼 여의도는 그 자체로 볼 때,현재의 도시계획은 상당부분 풍수적 원리에 합당하다고 하겠다.그러나 국회의사당의 경우,이곳에 옮겨온 뒤부터 과거의 영향을 상실(?)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다시말해 태평로시절에는 우리 국회가 제법 목소리도 내고 자신의 역할을 해냈었다.그런데 여의도시절부터는 이른바 통법부가 됐다.문민시대라고 하는 오늘에 있어서도 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이는 바로 여의도가 지닌 위치 때문이라는 풀이가 설득력을 지닌다.서울의 위병 역할을 맡고 있는 여의도는 4대문안(청와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게 마련이다.아무리 여의도 자체에 힘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서울(사대문 안)을 호위하는 수준 이상이 아니라고 하겠다.그렇다면 우리 국회는 현재의 위치에서는 독립성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인가.
다른 하나,여의도는 물론 서울의 앞날을 위해 한마디 덧붙여 두고자 한다.여의도를 여의도답게 하는 것은 영등포와 분리되는 샛강이 있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여의도가 거북도 되고 서울의 나성이 될 수도 있다.샛강이 사라져 여의도와 영등 포가 붙는 경우 지세의 변화는 물론 환경.생태계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인간을 위해 자연을 원형대로 보존하라는 것이 풍수의 진정한 가르침이다. 崔 濚 周〈문화1부장대우〉 ◇도움말=柳鍾根〈이수학회고문. (02)(720)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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