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司法제도어떻길래 공정수사 가능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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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3년간 이탈리아 정계와 재계의 뿌리깊은 부정부패를 종횡무진으로 파헤치다 지난 6일 사임한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44)의 영웅적(?) 행동이 가능했던 제도적 배경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구리고 냄새나는 일에 손을 댄 수많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에게 쇠고랑을 채우고,전후 40여년간 철옹성을 자랑하던 기민당 정권마저 무너뜨렸으니 검찰의 「한계」에 익숙해 있는 우리로서는 언뜻 이해가 안된다는 얘기다.물론 디 피에트로검사 혼자 한 일은 아니다.밀라노검 찰청 검사들이 중심이 돼 부패를 뿌리뽑자고 나선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운동이 지속된 결과다.
이탈리아 헌법상 대통령은 사법권 독립의 최종적 책임을 지고 있다.대통령은 최고사법회의 의장으로서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며 최고사법회의는 제청권을 행사한다.내각책임제를 택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실권은 총리에게 있지 만 사법조직의 양대 수장(首長)임면에 총리는 영향력을 행사할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과 상.하 양원의 인선으로 구성되는 최고사법회의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한 사법권 독립은 보장될 수 있다.
지난92년 프란체스코 코시가 당시 대통령이 집권 기민당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중립적이고 강직한 인물들로 최고사법회의의 진용을새로 갖춘 것이 디 피에트로 같은 젊은 검사들의 정의감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법무장관은 검찰 수사에 대해 지휘권을 갖는다.
하지만 인사권은 최고사법회의를 통해 임명되는 검찰총장에게 있기 때문에 법무장관 역시 일선 검사의 수사결과나 진행에 영향을미칠 수는 없다.
검사의 직무처리나 처신에 문제 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무장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최고사법회의에 제소하는 방법뿐이다.물론 디 피에트로 검사의 경우 지난7월 최고사법회의에 제소됐지만 기각됐다.
또 인사에서 동의없는 전배금지원칙은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인사권 독립과 함께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는 양대 장치가 되고 있다.
판사나 검사나 본인이 명백하게 동의하지 않는한 오지로 발령을내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전배■지원 칙은 지역관할에 관계없이검사 자신의 인지나 상부지시에 따라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기도 하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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