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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본94스포츠>3.행운과 불운 上.(국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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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행운과 불행은 종이한장 차이.그러나 행운은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만 찾아든다.
지난 10월6일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4백m에서 3분54초72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골인한 방승훈(方勝勳.제주대1)은 오른손을 높이 쳐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한때 한국장거리계 수영의 1인자로 승승장구하던 方이었지만 대학 진학후 1년간 기록이 뒷걸음질쳐 입상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전날 지상준(池相俊.한체대)이 배영 2백m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후 박재면(朴載冕)수영연맹회장은 더 이상 나올 금메달이 없다고 판단,귀국해버릴 정도로 方은 찬밥(?)신세를 면치못했다.그러나 뜻밖의 우승으로 方은 명예와 함께 1천3백60만원의 포상금까지 받아 어느해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다.
프로복싱 이형철(李炯哲.대영체)의 WBA주니어밴텀급 정상 등극도 의외로 꼽힌다.지난해 11월 문성길(文成吉)이 호세 루이스부에노(멕시코)에게 WBC슈퍼플라이급 챔피언 벨트를 내준뒤 한국복서는 세계타이틀전에서 무려 8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따라서 팬들은 『또 한명의 복서가 희생되겠구나』고 생각,크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그러나 李는 9월18일 적지인 도쿄(東京)에서 오니즈카 가쓰야(鬼塚 勝也)를 9회 TKO로 제압,멋진 한가위 선물을 선사했다.
이밖에 국제대회 두번째 출전만에 아시안게임 체조 안마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이장형(李長炯.한양대),세계최강 수시 수산티(인도네시아)가 준결승에서 일본선수에게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아시안게임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배드민턴 방수현(方 銖賢.오리리화장품)도 행운의 선수에 속한다.
빛이 있는 곳에는 어둠이 있게 마련이어서 눈물을 삼킨 스타도많다. 70년대 한국축구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차범근(車範根)前현대축구감독이 대표적인 경우.지난 79년 독일 분데스리가에진출,10년간 98골을 터뜨리며 「차붐」을 일으켰던 그는 선진축구의 경험을 살려 한국축구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 렸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구단 프런트와의 마찰로 계약기간중 전격 경질되는 불운을 맛보았다.
OB윤동균(尹東均)감독도 선수들의 집단이탈로 도중하차,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프로야구원년 선수출신으로 첫 감독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던 尹감독은 직선적인 성격때문에 선수들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박철순(朴哲淳)등 믿었던 후배들의 반발로 야구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백㎏에서 위암의 고통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따낸 송성일(宋聖一.상무)은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맛본 케이스.宋은 아픈 배를 움켜쥐고 아시아 정상까지 오른뒤 귀국하자마자 수술을 받아야 했다.
〈金相于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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