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법' 국회 상정 앞두고 한때 난투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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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국회에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관계자들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17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이명박 특검법'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앞두고 본회의장 의장석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신당 의원 100여 명은 특검법 처리를 위해 이날까지 사흘째 본회의장을 계속 점거했다. 신당 당직자와 보좌진 등 200여 명은 본회의장 정문 입구를 겹겹이 둘러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8시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갈지를 놓고 논의했다.

이어 30분 뒤 한나라당 소속 당협위원장, 시.군.구 의원 등 300여 명이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의사당 출입증이 없어 국회 사무처 직원들과 경위들이 막아 섰고, 신당 관계자 70여 명도 의사당 출입구에 진을 쳤다.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등이 한꺼번에 진입을 시도하면서 양측의 몸싸움이 격해졌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경찰 200여 명이 출동해 국회의사당 입구를 방패로 연결해 봉쇄했다.

그 사이 한나라당 측 인사 50여 명은 국회 출입구 인근 사무실의 창문을 통해 의사당 안으로 들어와 신당 측 인사들과 대치했고, 신당 측은 경찰 저지선이 뚫릴 경우에 대비, 의사당 입구에 스크럼을 짜고 버텼다.

오후 9시쯤 의사당 내부에 있던 한나라당 측 관계자 100여 명이 외부 인사를 진입시키기 위해 출입구를 향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신당과 한나라당 측의 몸싸움은 최고조에 달했다. 한나라당 차명진.박계동 의원 등은 의사당 현관 주변에서 '진입 작전'을 지휘했다.

통로를 확보하려는 한나라당 측 인사들과 이를 막으려는 신당 측 인사들은 곳곳에서 뒤엉켜 극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밀어라"거나 "막아라"는 고성이 터져나왔고, 거친 욕설과 함께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격투전이 벌어졌다. 멱살이 잡혀 나동그라지는 이들도 속출했다. 신당 측은 "정치검찰 타도하자", 한나라당 측은 "공작정치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신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양당 관계자들로 의사당 1층 로비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차면서 국회는 한때 '무법지대'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오후 9시40분쯤 의사당 내부에 있던 한나라당 관계자 100여 명이 의총이 열리고 있는 예결위회의장으로 들어가면서 난투극은 일시 중단됐다.

신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부터 하루 종일 17일 특검법 처리를 둘러싼 대치를 계속했다.

신당은 16일 오전 소속 의원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명박 후보가 광운대 특강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의원들과 함께 본 뒤 "국민들이 왜 우리가 농성을 하고 특검을 추진하려 하는지를 이해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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