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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체제 급속 와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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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체제가 허물어지고 있다.

첫 조짐은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에서 시작됐다. 18일 오전 金위원장은 공천심사위가 崔대표에게 총선 불출마를 권고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표가 거취를 공천심사위에 맡긴다고 밝힌 만큼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출마도 안 된다"고 했다. 당내에선 崔대표가 1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총선에 반드시 출마하겠다"고 한 발언을 무색하게 한 이 발표를 두고 "쿠데타적 결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상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소장파 의원들과 중진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반최(反최병렬)' 기치를 내걸고 궐기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수도권 소장파 의원 14명과 중진.재선 의원 25명은 이날 낮 각각 오찬모임을 했다. 이재오.남경필 의원이 주도한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은 '구당(救黨)모임'을 결성하기로 하고 崔대표에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崔대표 즉각 퇴진▶비상대책위 구성▶총선 전 전당대회 소집을 통한 새 지도부 구성 등이었다. 원희룡 의원은 "한마디로 崔대표에 대한 퇴출 판정"이라고 했다.

양정규.김진재 의원 등이 참석한 중진.재선모임에서도 崔대표의 용퇴를 촉구했다. 김무성.맹형규.남경필.원희룡 의원 등 네 명은 두 모임을 대표해 이날 오후 대구 지하철 참사 1주년 추도식에 참석하고 상경한 崔대표를 직접 만나 용퇴를 촉구했다. 崔대표는 "깊이 심사숙고하겠다. 말미를 달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반최 의원모임'의 압박은 계속됐다. 이날 밤 이들은 국회 원내총무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또 열었다. 참석자들은 영남권 의원 규합 등 세력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집단 당직사퇴 및 전당대회 소집요구 등 동시다발적인 실력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도위원.상임운영위원직 사퇴선언이 19일부터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맞서 崔대표는 당분간 시간벌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崔대표는 19일 출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핵심 측근이 귀띔했다. 이 측근은 "전당대회 소집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신 선대위를 조기에 구성해 대표 권한의 대부분을 위임하고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입장표명 주목=최악의 내분상태를 맞아 이회창 전 총재가 ▶당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는 그 자신의 책임이고▶아직도 감옥에 갈 각오를 갖고 있으며▶당이 더 이상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등의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얘기가 李전총재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李전총재는 이 같은 내용을 제3자를 통해 밝히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러나 다른 측근은 "지금 상황은 崔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문제 제기이므로 李전총재가 내분수습에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상일.박승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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