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어쩌다 이 지경] '차떼기'싸고 리더십 균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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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취임 후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6월 23만명의 선거인단 직선으로 뽑혀 '권한 집중'의 우려까지 샀던 崔대표다. 그런 그가 8개월 만에 '리더십 실종'이란 비판과 함께 퇴진 압력에 직면했다. 당 안팎에선 "잘못된 상황 인식과 시대착오적 리더십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취임 직후 그는 기대를 한껏 모았었다. 특유의 추진력에 대한 기대로 "대선 패배로 만신창이가 된 당을 추슬러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그의 약속도 믿음을 줬다. 실제로 그는 당 소장파들과 손잡고 당내 '물갈이'를 강력히 추진했다.

지난해 9월 소장파들이 내놓은 '60대 퇴진론' '5.6공 인사 용퇴론' 등도 崔대표와의 교감을 통한 작품이란 관측이다. 崔대표를 몰아내려는 소장파들이 그때는 우군이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통령 친인척 비리 특검 관철을 주장하며 단식을 감행한 뒤 그의 장악력은 최고조에 이르렀었다.

그러나 '차떼기'로 상징되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崔대표의 리더십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남경필 의원은 "차떼기로 당 지지도가 곤두박질치는 반면 정동영 의장 당선 후 열린우리당이 뜨는 상황에서도 崔대표는 상황의 심각함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崔대표는 "연령별 투표율 등을 감안해 보면 아직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낙관했다.

공천 문제도 한몫했다. 공천 탈락자와 탈락 예상자들이 崔대표 타도 대열에 합류했다. 개혁 공천을 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참신한 얼굴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불만을 쌓이게 했다.

이런 와중에서 지난 9일 FTA 비준안과 이라크 파병안 무산에 이은 서청원 전 대표 석방안 통과가 치명타를 가했다. 여론의 화살이 원내 1당인 한나라당에 쏟아졌지만 상황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이회창 전 총재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 결정적으로 당내 불만을 폭발시켰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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