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5년 좌우할 ‘千金의 시간’ 67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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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10면

대통령이 지닌 가장 값비싼 상품은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들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대통령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국가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일 치러질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당선자에겐 내년 2월 25일 취임까지 67일의 시간이 주어진다. 선거운동과는 전혀 다른 차원인 5년간의 ‘통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값진 시간이다. 정부 인수위도 운용해야 하고 조각(組閣), 청와대 참모진 인선도 완료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D-67’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성공하는 대통령’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당선자에게 권해온 조언을 토대로 ‘67일간의 팁(Tip)’ 다섯 가지를 간추려 봤다.

①“지나친 자신감은 금물”=선거, 특히 대선에서 이기면 “이 세상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지사다. 하지만 청와대에 입성하면 5000만 명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현실은 냉정하다. 기대치를 낮춰 놓아야 한다. 승리의 흥분과 행복감을 차분한 생각, 고민의 모드로 빨리 전환하라.

②“공약 강박증 버려야”=‘인기 몰이’용 상품이었던 대선 공약을 우선 재검토하라. ‘행정 수도 이전’의 진통에서 봤듯 대통령 당선이 그의 모든 공약에 대한 추인인가는 끊임없는 논란거리였다. 그를 택하지 않은 절반 가까운 국민도 있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정책 선택의 장(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심각한 한계를 안고 있다.

③“선거 승자가 꼭 청와대의 승자는 안 돼”=24시간 후보를 챙기며 충성심을 보였던 선거 참모를 새 정부에 중용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곤란하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적재적소’를 고뇌하고 철저히 검증하라. 공신에겐 차라리 상을 주더라도 자리는 별개다. “대통령을 우리의 도구로 쓰고 싶다”고 했던 지난 5년 ‘청와대 386’의 문제는 타산지석이다. “강을 건넜으면 타고 온 뗏목을 버리라”는 금언이 유용할 수 있다.

④“인선은 신중하되 가능한 한 신속히”=유력한 세 후보 모두가 현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초유의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청와대 참모→조각의 수순이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돼 인수·업무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청와대·정부에 입성하는 순간 닥칠 일, 배울 일은 산더미다. 그리 여유가 없다.

⑤“대통령 의제, 선택과 집중해야”=모든 일 다하고 세상 한 번에 바꾸려다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의회의 반발, 국제 환경의 급변 등 5년간 예측하지 못할 국정 변수도 무수할 것이다. 그러니 당선자가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두세 가지 과제를 엄선해 에너지를 집중하라. 취임 직후인 4월 총선에서 ‘여대야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겠지만 정권 초부터 한눈팔며 무리수를 뒀다가는 5년이 꼬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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