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호남.경북권 투자계획 내용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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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5일의 사업구조조정 추가조치에 이어 하루만에 발표된 삼성의 영.호남지역 투자계획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는 지방화시대에부응,세계화를 위해서는 국내 사업구도의 사전 정지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삼성의경영전략도 더욱 합리적으로 다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는『승용차사업 참여와 관련한 정부의 요청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삼성측은『이와는 관계없는 자체판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승용차공장을 부산에 건설하는데 따른 지역 균형개발상의 문제점때문에 호남권 투자를 강화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그보다는 호남지역에 대한 투자가치가 과거와 달리 높아졌다는 것이 삼성관계자들의 평가다.정부와 기업 모두 눈 독을 들이는 서해안시대의 요충지로 호남권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건설중인 서해안 고속도로를 비롯해 호남고속철도와 목포항개발등 정부의 호남지역 사회간접자본(SOC)투자가 가시화되고 있어 호남지역에 투자할 이유가『이제는 충분하다』는 논리다.해마다 급증하는 중국과의 교역및 부품수송을 위해서도 서해안 지역의중요성은 높다는 분석.
이날 투자계획을 발표한 삼성 외에 현대.럭금등 다른 대기업도호남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 또는 진행중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발표내용 가운데 호남권 투자금액이 8조7천억원으로 영남권 투자금액 2조1천억원의 4배가 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호남집중투자는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호남지역 투자금액은대부분 고속철도등 SOC부문에 집중돼 있기 때문 이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완비된 영남지역은 더이상의 대규모 인프라 공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공단이 밀집된 영남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땅값이 많이오른데다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만 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점도 감안한 듯하다.
이같은 대규모 지역투자는 고용유발및 지역경제 활성화등 파급효과를 낼 전망이다.그같은 효과는 관련 투자가 가시화되는 90년대말부터는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돼있다.
삼성이 이날 발표한 지역별 특화전략 또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순히 생산라인을 지방에 분산배치하는 차원이 아니라 관련산업 대부분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내년중 삼성전자에 흡수될 광주전자에는 기존의 냉장고.청소기.
자판기등 외에 에어컨.세탁기.전자레인지등의 생산라인까지 설치할계획이다.이 계획이 완성되면 광주공장은 실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가전제품을 모두 만드는 주거공간 가전공장으로 특화되며,생산규모도 수원공장을 능가해 삼성전자의 주력공장이 된다는 것이다.
군산-장항지역 역시 국내외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기계플랜트중공업기지로 조성된다.또 대구 성서공단은 승용차를 제외한 전차종을 생산하는 상용차단지,구미는 정보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단지로 특화할 방침이다.
호남고속철도와 목포신항만등 SOC부문에 대한 삼성의 투자의욕도 만만치 않다.다른 대기업 역시 눈독을 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계획을 아예 공개하고 나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이미 상당부분 진척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조규하(曺圭河)전남지사도 최근『호남고속철도 참여문제로 삼성측과 여러차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삼성측과 상당한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 다.
삼성의 이같은 SOC투자계획은 결국 호남권 특화전략과 맞물릴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柳奎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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