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슈퍼 경제부와 韓銀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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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혁명적인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하는슈퍼 경제부서인 재경원(財經院)이 탄생한다.예산과 조세,재정과금융까지 관장하는 이 초대형 정부기구의 등장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우선 이번 정부조직개편의 기본방향이 작은 정부로 최대의 공공 서비스를 창출한다는 것인데,비대화된 재경원이 그 역작용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이다.이 어려운 의문에 대해 비슷하게나마 정답을 얻으려면 며칠 안남은 정부조직법 개정과정에서라도 재경원의 역할.위 상등에 대한 집중조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의문은 슈퍼 경제부와 한국은행(韓國銀行)의 역할분담이 어떻게 재정립될 것인가에 모아진다.부총리를 겸임하는 재경원장(財經院長)은 재무장관의 권한을 흡수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된다.과연 부총리가 금통위 (金統委)의장까지 맡는 것이 적절한 일일까.우려섞인 이 의문에 뒤따라 이번기회에 한은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여기서 해묵은 한은 독립논쟁을 재연(再燃)시킬 필요는 없다고본다.통화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나 통화가치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중앙은행의 입장은 큰 눈으로 보면 동전의 앞뒷면(面)과 같은 관계에 있다.또 지금까지 정부와 중앙은행은 좋은협조관계를 유지해 왔다.따라서 이번 기회에 금통위 의장을 한은총재에게 넘기고 금융정책에서 한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 아닐까 생각된다.그렇게 한다고 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길항(拮抗)관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금융.통화부문이 상당한 변수(變數)가 될전망이기 때문에 통화의 긴축운용을 통한 안정화 시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중앙은행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미에노 야스시(三重野康)일본 은행 총재의 말대로 건전통화의 파수꾼으로서의 중앙은행의 역할 제고는 장기간인플레이션과 싸워오는 과정에서 얻어진 역사적 산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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