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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출 현장일기] '효도합시다' 촬영장 스태프도 울어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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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효도합시다' 첫 방송이 나간 직후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방송 잘 봤다, 재미있더라"는 말과 함께 엄마는 한마디 덧붙였다. "일주일에 세 번만 전화하자. 우리 아들은 왜 엄마한테 전화를 안 할까?" 순간 너무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그냥 해 본 소리야, 우리 아들 바쁘게 일하는 거 다 알아"하신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내심 전화를 기다리신다는 걸 안다.

MBC '느낌표!'의 새 코너 '효도합시다'가 나간 후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좋은 반응 덕에 제작진들은 신나서 더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는 얘기는 누구나 알고 공감하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효(孝)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에는 혼정신성(昏定晨省)이라 하여 '저녁에 부모님의 잠자리를 살피고, 아침에는 일찍이 부모님께 문안을 드리는 것'을 효(孝)의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는데,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자식들이 많은 현대 사회에선 힘든 일 아닌가? 그래서 '일주일에 세 번 전화하자'라는 '현대판 혼정신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두 번째 촬영 때 일이다. 아버님을 암으로 떠나보낸 출연자의 사연에 그만 윤석이형(MC 이윤석)이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같은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떠올린 탓이다. 촬영장은 순간 눈물바다가 됐다. 쭈그리고 앉아있던 정수형(PD 신정수)도 조명을 들고 있던 스태프도 모두 울었다. 조금은 차가워 보였던 경석이형(MC 서경석)도 인터뷰 도중 계속 눈물을 흘렸다. 이 때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는 출연자의 사연 하나 하나에 웃고 울기를 계속했다. 그 어떤 얘기가 우리를 이토록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차 안 풍경은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든 스태프들이 집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이는 '일주일에 세 번 전화하자'는 외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모두가 가슴 속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통된 마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늦은 밤 편집실에 홀로 남아 출연자 이야기를 천천히 다시 들으면서 다짐해 본다. '아침에 동 트면 엄마, 아빠에게 안부 전화해야지'.

최유청 '느낌표-효도합시다' 조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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