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수학] 신라의 '얼굴무늬 수막새' 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9면

7세기께의 신라시대 유물로 알려진 얼굴무늬 수막새는 발굴될 당시 온전한 원 모양이 아니었다.(사진)

원 모양의 테두리를 복원하기 위해선 '원의 중심'을 찾아야 했다. 먼저 남아있는 수막새의 테두리에 적당하게 세 점 A, B, C를 잡고 연결해 삼각형을 그린다. 이 때 AB를 연결하는 선을 수직으로 이등분하는 선을 긋는다. 마찬가지로 BC와 AC를 연결하는 선을 수직으로 이등분하는 선을 그리면 이 선들은 한 점에서 만난다.

이 점은 '외심(外心)'이라고 불린다. 삼각형의 세 꼭지점 A, B, C를 지나는 원, 즉 외접원의 중심이다. 이처럼 삼각형의 외심은 원의 일부만이 남아 있을 때 원의 모양을 완성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

바깥원의 중심인 '외심'과 대비되는 '내심'이라는 것도 있다. 모래 실험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우선 삼각형 모양의 판 위에 모래를 흘린다. 모래가 흘러내릴 정도로 충분히 쌓으면 삼각뿔 모양이 만들어진다.

세 각의 이등분선을 따라 모래가 가장 높이 쌓이게 되며, 이 세 이등분선이 만나는 가운데 점에서 모래의 높이가 가장 높다. 이 점이 바로 삼각형의 '내심(內心)'이다. 내심은 세 각을 이등분하는 선들이 만나는 점으로, 삼각형의 세 변에 접하는 원, 즉 내접원의 중심이 된다.

삼각형에는 '외심'과 '내심' 이외에도 '무게중심''방심(傍心)''수심(垂心)'등 모두 다섯가지 중심이 있다. 이를 삼각형의 '오심(五心)'이라고 한다. 수심.방심 등에 대한 정의와 성질을 공부하다 보면 마음 속의 '수심(愁心)'이 깊어만 간다.

그러나 수막새의 복원 과정에서의 외심, 모래가 가르쳐주는 내심을 생각하면 그 '수심'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박경미 교수 <홍익대.수학교육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