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은 소중한 문화 콘텐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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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저는 좋은 글자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글자는 문화의 밑바탕이 되는 소중한 콘텐트인 만큼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닌 생명력 있는 좋은 글자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글 글꼴 디자이너 이용제(35·사진) 활자공간 대표는 자신의 신념이 인정받은 게 기쁘다고 했다. 그는 13일 제25회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영 디자이너상을 받았다.

그가 한글 디자인에 빠진 것은 15년 전인 대학교 1학년 때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한 그는 안상수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한글 글꼴도 디자인 대상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글꼴 디자인(타이포그래피)은 공부하면 할수록 그에게 사명감까지 안겨줬다고 한다. “타이포그래피는 디자인의 기본이라고 강조되는 것에 비해 관심이 저조했어요. ‘중요한 일이라면 내가 해보자’라고 생각했지요.”

1998년 대학을 졸업했으나 글꼴 디자인 전공자로서는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1인 회사를 차렸지만 5년 만에 폐업신고를 했다. 현재의 활자공간은 2004년 다시 일어서면서 차린 회사로 지금은 직원 6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씨가 요즘 주목하는 것은 한글 세로쓰기 디자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독성 높은 가로쓰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요즘으로서는 의외의 행보다. 2년 간의 노력 끝에 올해 한글 세로쓰기 전용 서체인 ‘꽃길체’를 개발했다. 최초의 세로쓰기 서체다. 시장성은 작지만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손을 댔단다. 이런 고집은 ‘디자인은 공공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한글 디자인은 공공성의 첨병이에요. 사용하기 편할까, 나이든 분들이나 꼬마들이 잘 읽을 수 있을까, 인쇄했을 때 보기 좋을까 등등을 염두에 둬야 하니까요.”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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