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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이쑤시개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요즈음 식당에 가면 『이쑤시개 한 개만…』 하면서 종업원들에게 애걸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 식당에서 이쑤시개가 사라진 것이다.우리네 식탁위에 소금이나 조미료처럼 항상 놓여 있던 이쑤시개가 행정명령에의해 느닷없이 없어졌다.
음식 찌꺼기에 예리한 이쑤시개가 섞여 들어가서 이를 먹은 가축에 피해(상처)를 준다는 이유 때문에 모든 식당에 이쑤시개 사용을 금지시킨 것이라 한다.
이쑤시개를 사용한 역사를 보면 BC3000년경 수메르인들이 금속 이쑤시개를 사용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부터 불교의 비구들이 양지(楊枝)라는 버드나무로 만든 가구로 이빨을 깨끗이하고 불경을 외워야 맑고 순결한 진리가 터득된다 고 믿었다고 한다. 현대 치과의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이쑤시개 사용은 잇몸을 상하고 잇새를 넓게 하기 때문에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식당에서 이쑤시개가 사라지게 된 이유가 의학적으로 국민들의 구강보건을 위해서라면 치과의사로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하 다.
그러나 가축사육에 지장이 있다는 명분 때문에 일제히 이쑤시개사용을 금지했다면 그 「위대한」 행정력에 감탄과 아울러 부끄러움이 앞선다.
식당에 갑자기 이쑤시개 사용금지령을 내리기 전에 사용한 이쑤시개를 따로 버릴 장소나 작은 그릇 같은 것을 마련하도록 점차적으로 유도했어야 한다.
더 바람직한 것은 치과의사협회 등의 기관과 공동으로 캠페인 같은 것을 벌여 국민 스스로가 이쑤시개가 구강보건에 나쁘다는 것을 자각해 사용을 억제하도록 도와 주는 방법일 것이다.건강에해롭다는 이유로 식당에 금연석을 마련하는 제도도 정착이 되려면요원한 일이다.
하물며 사람들이 늘 습관처럼 편리하게 사용해 온 이쑤시개를 하루아침에 식탁에서 추방하는 것은 사람이 동물보다 못한 대접을받는 듯한 느낌을 주어 씁쓸하다.
〈서울大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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