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이용 컴퓨터 실용화 꿈아니다-極小에너지로 고속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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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생물의 유전활동에 관여하는 DNA(데옥시리보핵산)를 이용한 컴퓨터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뉴욕타임스 최신호에 따르면 남캘리포니아대의 레너드 아들레만 박사는 수백만년 동안 진화해온 「생물학적 계산시스템」을 이용,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데 성공했다.
DNA를 사용해 7개의 도시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을 택하는 문제를 풀어낸 것.이 문제는 특별한 계산법이 없어 가능한 경로를 모두 선택해 풀어봄으로써만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유명하다.아들레만박사는 문제를 풀기 위해 먼저 아데닌(A).시토신(C).티민(T).구아닌(G)등 DNA의 핵산분자들을 특정글자로 사용,그것들을 조합해 각각의 도시에 이름을 부여하고 각도시간 비행경로를 나타내는 DNA코드도 만들었다.이렇게 만들어진 DNA분자들을 시험관 속에서 섞어 놓고 생물학적 반응을 통해 가능한 모든 조합으로 각 도시를 연결하는 DNA사슬을 만들도록 했다.결국 7개의 도시를 연결하는 가능한 모든 경로가 생성됐으며 이 중에서 모든 도시를 포함하면서도 길이가 가장 짧은경로를 선택,문제 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이 방법은반도체칩으로 구성돼 있는 컴퓨터의 기억.연산장치가 전기적인 반응을 통해 각 문자들을 0과 1의 조합으로 인식,계산을 수행하는 과정과 기본적으로 유사하다.컴퓨터공학자들은 바로 이점에 주목하 고 있는 것이다.만약 천문학적인 숫자의 생물학적인 분자들이 동시에 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종할 수 있다면 기존의 컴퓨터와는 다른 혁신적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DNA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수천배나 빠르면서도 1백억분의 1정도의 에너지만으로 작동이 가능하며 정보저장에 필요한 공간도훨씬 적게 들어 1비트의 메모리를 저장하는데 1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
이런 컴퓨터가 만들어지면 현재수준의 컴퓨터로는 풀기가 불가능한 1천개가 넘는 도시를 연결하는 가장 짧은 코스의 문제도 어린애 장난처럼 쉬워진다는 것이다.
〈朱宰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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