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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에 비 15㎜ … 가뭄에 목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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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남 남해군 미조면 답하리 45가구 1백46명의 주민들은 닷새에 한번씩 나오는 물을 받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사흘에 한 번씩 물이 나왔으나 마을 상수원인 항도 저수지가 마르면서 물 구경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물이 나오는 날은 집집 마다 그릇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늘어 놓고 "졸졸" 나오는 물을 받느라 부산하다.

김인수 이장(60)은 "빨래는 물이 나오는 날에 맞춰 해야하고 그릇에 담아 둔 물을 화장실 변기에 부어야 한다"며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농어촌이 겨울 가뭄에 목 말라 하고 있다.

경남도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째 비나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평균 52㎜의 비가 내렸으나 12월 13㎜, 1월 1㎜, 2월 1㎜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농경지가 많은 서부경남은 지난 1월부터 2월 16일까지 강수량은 0.3㎜로 예년 38.7㎜의 0.8% 수준이다.

부산도 지난해 12월 14.4mm, 1월 1.4mm에 그친 데 이어 2월엔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예년의 경우 12월 21.1mm, 1월 37.8mm, 2월 44.9mm의 평균 강수량을 보였다.

가뭄이 이어지면서 경남도내서 제한급수나 운반급수에 의존하는 농어촌 지역이 갈수록 늘고 있다.

남해군 이동.상주.삼동.미조.남면 등 5개 면 전체 인구의 15%인 8천5백여명이 2~5일 주기로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진해시 웅천동 명동.삼포마을 주민들은 며칠에 한 번씩 들어오는 해군 소방차를 기다리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다. 이 마을에는 해군기지사령부 장병이 소방차로 하루 1만1천ℓ의 물을 공급해 주고 있다.

삼포마을 김수갑 이장(63)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탱크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 해군에 연락한다"며 "운반 급수로 받는 물의 수질이 나빠 식수는 3㎞쯤 떨어진 약수터에서 받아온다"라고 말했다.

남해안 섬마을 주민들도 운반급수에 의존하고 있다.

통영시 산양읍 학림마을 등 통영지역 8개 섬마을 1천2백여 명은 급수선이 공급해 주는 식수에 의존해 겨울을 나고 있다.

낙동강 수질도 악화돼 원수 취수에 비상이 걸렸다. 낙동강 물금지역 수질은 지난해 평균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2.2ppm으로 2급수를 유지했으나 지난 1월 3ppm,2월 들어 4ppm대로 나빠졌다.

이 때문에 경남도와 부산시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안동.합천 등 낙동강 상류 댐 방류량을 늘려 줄 것을 요청했다.

경남도내 대형 댐 저수율은 지난해 9월까지 내린 많은 비로 54.6%, 25개 상수원 저수지 저수율 68% 등으로 예년에 비해 각각 3.8%,7.3% 높아졌다.

경남도 이근선 수질개선과장은 "다음달 말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제한급수와 운반급수를 받는 지역이 크게 늘어나게 돼 비상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도는 시군 별로 다음 달부터 비상급수 대책본부를 설치, 시군이 보유한 급수선과 급수차, 소방차 등을 바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도록 지시했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창녕의 양파, 남해의 마을 등 겨울 작물들은 잎이 조금씩 말라 들어가고 있다.

경남도 농업기술원 김종성 지도사는 "지난 주부터 본격 생육기에 접어든 겨울 작물에 스프링클러 등을 이용해 물을 주어야 된다"며 "앞으로 2주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겨울 작물 피해가 속출 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기상청은 "남부지방은 대륙성 고기압 영향과 따뜻한 날씨로 비와 눈이 내리지 않았다"며 "이번 주말 차츰 흐린 뒤 약간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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