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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은 물고기 예술로 승화-어탁 관심 높아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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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낚은 물고기를 오래 두고 볼 수는 없을까.』 물고기를 종이나 천에 본뜨는 어탁(魚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단순히 잡은 물고기에 대한 기록용에서 벗어나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한 작품활동도 활발.
전국낚시연합회는 어탁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반영,28일부터30일까지 무료 어탁교실을 마련한다.강사는 원로 어탁가인 하간(荷竿)한기덕(韓基德.63)씨.
일본만 하더라도 어탁이 대중화돼 우리의 서예나 미술학원처럼 어탁학원이 성업중이다.우리의 경우 옛 어탁에 대한 기록이 거의없는데 반해 일본은 2백40여년 전의 어탁을 보관하고 있으며 40여년 전부터는 컬러 어탁을 개발,발전을 거듭 하고 있다.
韓씨가 60년대말 본격적으로 어탁을 시작한 것도 일본인들이 『일본이 낳은 세계적 예술』이라며 어탁을 마치 자신들이 개발해낸 것인양 뽐내며 자랑한데 자극받은 것.
낚시를 즐기는 그는 소흑산도를 드나들며 낚은 다양한 물고기를바탕으로 수만장의 화선지를 버리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그가 좋아하는 어종은 힘차고 씩씩한 돌돔.
물고기 몸체에다 물감을 칠한 후 그 위에 화선지를 대고 문질러 모양을 옮 기는 직접법을 주로 구사하고 있다.이와 달리 간접법은 고기 몸에다 종이를 대고 물감을 묻힌 솜뭉치로 두들겨서고기 형태대로 채색하는 것.
직접 어탁법은 은은하고 강렬한 멋을 낼 수 있는데 반해 간접법은 색채를 자유롭게 구사,세세한 부분까지 그려낼 수 있는게 장점이다.최근에는 일본인들도 직접어탁을 즐겨 하는 추세다.
간접어탁은 82년 발족된 한국어탁회(회장 金洪東.79)의 잇따른 전시회 등에 힘입어 크게 확산됐다.
작품활동에만 전념하는 어탁인은 극소수지만 동호인은 1만여명이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작품 1점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韓씨는 『어탁의 예술성이 되살아나면서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여성 어탁인들도 늘고 있다』며 『기본기만 충실히 익힌다면 혼자서도 고기의 예쁜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千昌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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