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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때 광화문터 유적 해체 후 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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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문화재청이 광화문 발굴 결과 드러난 612년전 최초의 광화문 터 유적은 해체 이전하고 그 자리에 새 광화문을 복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보존보다 복원을 우선시하면서 오히려 유적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11월 28일자 25면>

문화재청은 “현 위치에 예정대로 2009년까지 광화문을 복원하고, 옛터 유적은 해체 이전해 제3의 장소에 전시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지난해말 광화문 해체 후 옛터를 발굴조사중인 국립문화재연구소는 9월 고종2년(1865) 중건한 광화문터를 확인한 데 이어 지난달 같은 위치 지표 70cm 아래에서 태조4년(1395) 창건한 유적도 발굴했다. 두 유적은 광화문의 변화상을 한눈에 보여줄 정도로 보존 상태가 뛰어났다. 현재 추가 발굴을 위해 고종 때 광화문터를 들어내고 태조 때 터를 확인, 드러내놓은 상태다.

이렇게 되자 ‘경복궁 복원 20개년 계획’을 2009년까지 마무리하려는 문화재청이 이 유적을 어떻게 보존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날 “새로 지을 광화문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지반이 연약하고 주변에 지하철이 다녀 기초 공사용 파일을 박을 수 없다. 때문에 유적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기초공사 후 복원 공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판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광화문 발굴을 자문하는 한 문화재위원은 “첨단 건축기술을 적극 타진해보거나, 기술이 부족하면 기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라도 유적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것이 문화재청의 역할일텐데 또 하나의 광화문 수난사를 쓰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재 전문위원인 경희대 김종호(건축구조) 교수는 "지하 20m로 지하철이 다니는 서울 곳곳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고, 우리 땅엔 건물 무게로 침하될 만한 연약지반이 거의 없다”며 "철학의 문제지 기술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발굴 전에 복원사업 설계와 공사 기한을 확정하고 시작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화재청은 12일 광화문 옛터를 공개하고 복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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