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낙동강오염을벗긴다>14.하구일대 하천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찰대본산 통도사(佛刹大本山 通度寺)가 깊숙이 들어앉은 영취산계곡에서 발원,바위틈을 비집고 수정같이 맑은 내를 이루면서 26.8㎞를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는 경남양산군 물금면 호포리에서낙동강 본류와 만나 하구둑까지 유로(流路)를 계 속 튼다.양산천(梁山川)-.
물금취수장에서 하류쪽으로 지척의 거리(3㎞)를 두고 흐르는 양산천은 영취산 계곡을 빠져나올 때만 해도 더할 수 없이 맑았으나 양산읍내를 지나면서 양산공단과 유산공단에서 쏟아내는 하루3만여t의 산업폐수가 흘러들어 순식간에 검붉은 독 수대를 형성하고 만다.
이들 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금속.화학.도금.섬유 등 중금속 배출업종이 대부분.
업체별로 자체정화시설을 통해 1차 처리한 뒤 양산지방공단 폐수처리장의 차집관로로 보내 2차 처리를 거쳐 양산천으로 배출하고 있다곤 하나 폐수처리장의 용량부족과 시설노후로 제구실을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1백76개 입주업체들이 쏟아내는 하루 3만여t의 산업폐수중 절반가량은 폐수처리장을 거치지 않고 1차 처리로 무단방류되거나위탁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하루 1만5천t씩 쏟아내는 양산지역 생활하수와 1천여t의 축산폐수도 양산천의 중요한 오염원이다.
이 때문에 인근 농민들은 양산천의 썩은 물을 외면하고 그나마양산천보다 낫다는 낙동강의 물을 끌어다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양산천의 썩은 물을 끌어안은 낙동강이 허우적거리며 구포에이를 즈음에는 부산시민이 쏟아내는 생활오수로 숨이 막혀 더욱 심각한 양상을 드러낸다.
금정산에서 발원한 덕천천은 부산북부지역의 생활오수와 산업폐수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낙동강으로 유입시키는 이른바 오.폐수 배수로 구실을 하는 대표적인 하천중 하나.
커먼 먹물이 뒤엉켜 흐르는 덕천천과 합류하는 낙동강 구포선착장은 입구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구포어촌계 어민들은 고기잡이에서 돌아와 닻을 내리는 순간 선착장 주변에 출렁이던 물결이 갑자기 시커먼 빛깔로 변하면서 소용돌이치고 심한 악취까지 풍기자 정박하기 바쁘게 코를 감싸고 급히 선착장을 빠져나가는 것이 버릇처럼 됐다.
이곳에서 환경운동을 펴고 있는 부산환경운동연합 기동감시반 백해주(白海柱.35)씨는 『30여척의 어선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주변에서 장대로 강바닥을 휘저을 때마다 폐유를 흠씬 머금은 오염덩어리가 떠오르고 있다』며『낙동강은 이미 죽은 강』이라고 말했다. 옛날 구포 포구에까지 날아온 갈매기조차 이곳 낙동강의 썩은 물을 외면하고 있다.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돼 먹이사슬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하구둑 상류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삼락천과 감전천(중천)은 부산시내 24개 하천중 대표적인 오염하천.
부산시북구삼락동에서 괘법동 감전배수장을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삼락천은 사상공단 2천8백여개업체의 공해벨트가 형성되는 바람에 한마디로 거대한 하수도로 변해버렸다.
부산시가 75년 조성해 낙동강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사상공단은 2백95만평규모로 당초부터 폐수처리시설 등 각종 공해방지대책을 소홀히했기 때문에 공단조성 5년만인 80년부터 간선도로와 제방을 사이에 둔 불과 2㎞거리인 낙동강을 먹물로 변색시키고 말았다.
***신 발.주물.도금.화공약품.사료 등 악성오염물질 배출업체들만 밀집돼 매일 방류하는 산업폐수는 줄잡아 17만여t으로 삼락천과 감전천을 통해 엄궁유수지를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되고 있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 올초 삼락천과 감전천의 하천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가 3백7PPM으로 환경기준치(10PPM)를 30배나 초과한 것으로 밝혀져 하천이 아닌 거대한 시궁창임을 입증했다.
이같은 사실에 당황한 부산시북구청이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하천준설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8월의 하천오염도 조사에서도 환경기준치의 16배인 1백66PPM으로 나왔다.
낙동강 본류로 이어지는 장림천과 보덕천,서낙동강으로 유입되는신어천(김해~서낙동강).평강천.맥도천등 부산시북구.강서구 일원을 흐르는 모든 하천이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각종 생활오수와 산업폐수 등이 뒤범벅돼 하천자체가 독수대를 형성,낙동강 오염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행정당국이 당초부터 공업용수 조달과 폐수배출이 용이한 입지선정을 했기 때문에 바다를 안고 있는 낙동강 하구연안에는 3개공단과 4개협업단지가 밀집,수질오염이 불가피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전문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9월2일에는 사상.신평.장림공단의 산업폐수와 인근 지역생활오수를 모아 처리,낙동강으로 흘려보내는 장림하수종말처리장(시설용량 33만t)의 직경 1천㎜짜리 차집관로가 파손돼 도금.
피혁.자동차부품.기계단지등에서 배출하는 하루 4천 여t의 산업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또 한바탕 오염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사하구신평2동에 위치한 부산.경남염색단지와 도금단지내 일부 업체들이 염색폐수와 중금속이 함유된 도금폐수를 무단방류하다 적발되는 등 올들어 신평.장림공단의 오염배출사건만도 50여건이나 됐다.다행히도 이들 지역이 낙동강의 마지막 지점이어서 상수원 오염의 피해는 없으나 낙동강 하구는 이처럼 오염소굴에서 영영 헤어날 길이 없다.
[특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