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체감사,획기적 개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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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천(富川)세금도둑사건은 정부의 소위「자체감사」란 것이 얼마나 유명무실(有名無實)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정부는 공직비리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유력한 대책인 것처럼 번번이 자체감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지만 자체감사란 것이 아무 실 효도 없음이부천사건으로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인천(仁川)세금도둑사건이 터진후 내무부는 즉각 각 자치단체에대해 자체감사를 지시했지만 비리를 적발하고도 은폐한 결과밖에 가져온 것이 없었다.이따위 하나마나한 자체감사는 아예 폐지해버리고 대안(代案)을 마련하거나 획기적인 개선방안 이 있어야 할판이다. 현행 자체감사의 실태를 보면 감사요원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감사를 실시할 여건보장도 안돼 있다.열심히 감사해봐야 득볼 일도 없게 돼있다.자체감사요원들은 대개 기획관리실 밑의 감사담당관 또는 감사계(監査係)인데 같은행정기관 안에서 돌아가며 이자리를 맡는 공무원들이 독립성.전문성을 가질리 없고,옆방의 동료업무를 철저히 감사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게다가 기관장은 잘못의 적발은 곧 자기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감사활동을 하려야 할 수도 없는 여건인 것이다.행정기관의 속성상 잘못이 발견돼도 밖에서 알세라 쉬쉬하며축소.은폐에 급급하기 딱좋게 되어 있는 구조다.
이번 부천사건은 이런 자체감사의 맹점(盲點)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부천시는 시(市)대로,경기도는 도(道)대로,내무부는 부(部)대로 보고받아 알고도 줄줄이 내부수습.축소.은폐에만 골몰했던게 아닌가.이런 허무한 자체감사를 무슨 큰 대책 이라도 되는듯이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들먹여온 당국자는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자체감사를 더이상 이런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우리가 보기에 같은 기관 내부의 자체감사는 믿을 수 없으므로 감사를 감사하고 지도하는 감사원의 기능확대가 필요하고,자체감사요원의 독립성.전문성 확보와 감사여건의 개선이 시급하다.정부 는 거창하게개혁을 외치기만 할게 아니라 공직비리를 견제.감시하는데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질적인 감사제도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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