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신세대>국민은행 외환딜러 이인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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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李:ITL 0.7 『HIHI 1576.307.30』 李:CNB〉YOURS 『OK WE BUYUSD0.7BANCADI ROMA THKS VM FORDEALING』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아 단 두 마디를 두드리는 것으로 이인우(李仁雨.27)씨는 미화 70만달러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리라화를 로마은행(BDR)에 팔아버렸다.미화 1백만달러를 1로 쓰니까 외환딜러 李씨의 0.7은 미화 70만달러.이 어 화면에 뜬 숫자는 李씨가 거래할 의사를 비추자 영국 로이터사의 디지털 단말기가 가르쳐준 리라화의 시세.CNB는 CITIZENS NATIOALBANK,李씨가 근무하는 국민은행의 약자.「네 것」이라는 YOURS는 이세계에서 「팔자 」주문으로 통한다.거래 끝부분의 불완전한 철자는 「감사하다」(THANKS VERY MUCH).자판 하나 더두드리는 시간이 아까운 딜러 세계에서는 익숙한 방식이다.13명이 근무하는 국민은행 딜링룸의 평균연령은 31세.나이가 젊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말기로 제공되는 각종 정보를 자유로이이용,수초동안 수천만달러를 거래하기도 하는 일의 성격상 컴퓨터와 친하고 순발력있는 젊은 사람들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꼭 분초를 다투는 거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사고파는 거래뿐 아니라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도 있습니다.통화말고 유가증권 시장도 따로 있지요.』 현재 금융선물을 맡고 있는 李씨는 외환거래경력 3년째.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직후 입사해 1년동안 여느 신입사원처럼 창구 근무를 하다 사내에 나붙은 외환딜러 공모에 응시,딜링룸의 일원이 됐다.대학시절 「복잡한 국제금융질서에 익숙지 못한 한국기업의 환손실이 크다」는 경영학 강의를 듣고 외환딜러가 되겠다고 결심한 만큼 李씨는 외환거래를 억대 도박쯤으로 보는 시선이 영 마땅치 않다.
『아무리 생산을 많이 해도 환관리를 잘못하면 오히려 손실을 보는 게 국제금융시장의 현실입니다.1달러에 10원 환율이 떨어지면 1백만달러에 1천만원 손실인 셈이죠.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얻는 순이익이 27원이라는 통계가 있던 데 1 천만원어치 순이익을 내려면 얼마나 많이 물건을 팔아야겠습니까.』 李씨는 『파생금융을 이용해 외환거래를 투기처럼 하는 일부 대기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환율이나 금리 변동에 따른 불이익을 막기 위한 것인만큼 3백만달러를 차입했으면 그 ■ 도내에서 운용(헤징) 해야하는 데 포커판에서 돈을 잃을 때처럼 6백만달러,1천2백만달러 규모로 투기를 한다는 것이다.
외국 금융연구소에서 국제금융이론과 흔히「보스게임」이라고 불리는 모의 외환거래같은 기본 교육을 받은 李씨는 무엇보다 실전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시간대가 다른 시카고금융시장에들어가는 날은 새벽 1시 넘어서까지 컴퓨터 앞에 서 전자오락하는 아이처럼 『그래,먹었어』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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