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번엔‘오토론’덮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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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오토론(자동차 할부금융) 부실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할부로 차를 산 사람들 중 상당수가 빚을 갚지 못하면서 오토론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어서 가닥을 잡아가던 미국의 신용위기가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게다가 플로리다주 등 10여 개 주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해 거액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정부가 온갖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 위기의 깊은 늪을 벗어나기가 힘겨워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토론 연체율 급증=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지난해 계약된 오토론 대출의 9월 말 현재 연체율(30일 이상)은 4.5%로 전달보다 1.6%포인트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2000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오토론을 많이 연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오토론 연체율은 12%로 2002년 이후 최고다. 주택 융자금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이보다 금액이 적은 오토론까지 연체하고 있는 것이다.

 오토론 연체는 금융회사의 추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마찬가지로 오토론도 파생상품으로 만들어져 다른 금융회사에 팔린다. 오토론의 연체가 심각해지면 관련 파생상품도 부실해지고, 이를 팔고산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것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오토론을 총 57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절반 규모다. 이 중 890억 달러어치가 파생상품으로 만들어졌다. 오토론 연체율이 높아지면 당장 미국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토론 대출금리가 2004년 6.5%에서 최근 8%까지 오르자 미국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2.5% 줄었다. WSJ는 “오토론 연체에 따른 신용불량 사태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가들과 당국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정부 펀드로 번지는 부실 파장=AP 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메인·몬태나 등 10여 개 주정부 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 주정부 펀드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이 20억 달러에 달했다. 부실이 확인되자 투자자들의 환매가 급증했다. 플로리다 펀드는 9월 말 현재 270억 달러 중 100억 달러 이상이 환매됐다. 환매에 환매가 꼬리를 무는 ‘펀드 런’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김준현 기자

◆오토론(auto loan)=할부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아 월부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방법이다. 연체만 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올라가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주로 오토론을 이용해 자동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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