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나누다’와 ‘노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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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타인의 선행을 보면 마음만 훈훈해지는 게 아니다. 평생 남을 위해 헌신했던 테레사 수녀의 전기만 읽어도 활력이 솟고 봉사활동을 한 학생들은 면역력이 강화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누면 배로 얻는다는 ‘테레사 효과’다.

 ‘나누다’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즐거움·고통 따위를 함께하는 것 외에도 둘 이상으로 가르다, 몫을 분배하다, 음식을 갈라 먹다, 말·인사를 주고받다는 의미로 쓰인다. 일상 대화에선 ‘노누다’ ‘노느다’의 형태로도 종종 사용한다. 그런데 이들 단어를 ‘나누다’ 대신 써도 무방할까?

 많은 사람이 ‘나누다’의 방언이므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노누다’의 경우 이 주장에 부합한다. 입말에서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노눠 주었다” “집배원은 우편물만 전하는 게 아니라 정을 노누고 세상을 알리는 직업이라 생각한다”처럼 쓰고 있지만 ‘나눠’ ‘나누고’가 올바른 표현이다.

 그러나 ‘노느다’는 방언이 아니다. ‘여러 몫으로 분배하다’는 의미의 표준어다. “그들은 콩 한 쪽도 노나 먹으며 쌀 한 톨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라며 전 재산을 노나 도서관을 건립하고 자선단체 등에 기부했다”와 같이 사용한다.

 다만 “슬픔을 노느다” “이야기를 노느다”처럼 표현해선 안 된다. ‘노느다’는 ‘나누다’의 다양한 의미 가운데 ‘분배하다’의 뜻으로만 쓸 수 있다. 슬픔을 함께하다, 이야기를 주고받다는 말로는 사용할 수 없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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