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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골초남과 연애하는 골초녀들의 ‘내일은 끊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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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마지막 담배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지음, 안성찬 옮김,
들녘, 232쪽, 1만원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주의사항 한가지. 흡연기호가 나올 때만 담배를 피우시기 바랍니다. 작가는 행간 곳곳에 연기가 오르는 이 같은 담배 기호(---- ~) 를 꽂아두고는 담배를 태우라고 채근한다. 그러면서도 “문학담당 기자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같이 담배가 당기는 대목에는 어김없이 굵은 활자의 주의 문구를 심어뒀다. 이야기는 주인공 ‘나’와 내가 만난 여섯 여자들의 연애담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다만 여느 사랑 이야기와 달리 이들의 삶은 담배를 중심으로 자전한다.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인 ‘나’는 열일곱에 담배를 시작한 골초다. 직접 말아 피우는 담배에 중독돼 집 전체를 담배공장으로 만들어버린 멜라니, 열흘 동안 질리도록 피워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하는 카르멘, ‘나’와 함께 담배를 소재로 한 소설을 읽다 나보다 더 심한 골초가 된 필리네, 침술·정신상담·탄트라 등 다양한 금연요법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안네, 잘나가는 변호사지만 담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자 ‘파울’이라는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파울라, 하루 세 번, 세 대만 피우는 3X3 흡연법에 집착하는 크레타.

그 틈새에 ‘작품 속 작품’으로 주인공 ‘나’가 쓴 ‘장 니코의 세 가지 과업’이라는 소설이 삽입돼 이야기를 한결 풍성하게 한다. (장 니코는 16세기 프랑스 외교관으로 유럽에 담배를 확산시켜 훗날 담배의 주요 성분인 ‘니코틴’의 어원이 된 인물) 책이 말하는 ‘마지막 담배’는 담배를 끊기 전에 피우는 마지막 한 개비를 의미한다. “이게 마지막이야.

내일부터는 금연이야.” 작가는 등장 인물들이 끊임없이 결심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냈다. 담배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말년의 사르트르는 흡연으로 인한 동맥경화로 다리를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았다. 부인 보부아르의 회고에 따르면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던 그는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흡연을 계속했다. 세기의 사상가도 끊어내지 못한 유혹. 니코틴과 타르, 암모니아와 몇 가지 독성 화학물질들이 빚어내는 회색 연기가 그것이다. 어제도 엊그제도 ‘마지막 담배’를 입에 물었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 ~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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