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담배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지음, 안성찬 옮김,
들녘, 232쪽, 1만원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인 ‘나’는 열일곱에 담배를 시작한 골초다. 직접 말아 피우는 담배에 중독돼 집 전체를 담배공장으로 만들어버린 멜라니, 열흘 동안 질리도록 피워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하는 카르멘, ‘나’와 함께 담배를 소재로 한 소설을 읽다 나보다 더 심한 골초가 된 필리네, 침술·정신상담·탄트라 등 다양한 금연요법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안네, 잘나가는 변호사지만 담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자 ‘파울’이라는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파울라, 하루 세 번, 세 대만 피우는 3X3 흡연법에 집착하는 크레타.
그 틈새에 ‘작품 속 작품’으로 주인공 ‘나’가 쓴 ‘장 니코의 세 가지 과업’이라는 소설이 삽입돼 이야기를 한결 풍성하게 한다. (장 니코는 16세기 프랑스 외교관으로 유럽에 담배를 확산시켜 훗날 담배의 주요 성분인 ‘니코틴’의 어원이 된 인물) 책이 말하는 ‘마지막 담배’는 담배를 끊기 전에 피우는 마지막 한 개비를 의미한다. “이게 마지막이야.
내일부터는 금연이야.” 작가는 등장 인물들이 끊임없이 결심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냈다. 담배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말년의 사르트르는 흡연으로 인한 동맥경화로 다리를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았다. 부인 보부아르의 회고에 따르면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던 그는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흡연을 계속했다. 세기의 사상가도 끊어내지 못한 유혹. 니코틴과 타르, 암모니아와 몇 가지 독성 화학물질들이 빚어내는 회색 연기가 그것이다. 어제도 엊그제도 ‘마지막 담배’를 입에 물었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 ~
이에스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