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경의 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김동환의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1925년)에서 두만강을 몰래 넘은 남편은 아내의 애타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총탄에 맞아 숨졌다. 그 후 80여년. 일제가 물러난 지 오래지만 두만강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며칠 전 한밤중에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던 북한 남녀 세명이 프리랜서 사진 작가의 카메라에 잡혔다.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일행 앞쪽에 얼음 갈라진 자국이 보인다. 어디 발밑뿐이랴. 이들이 지나온 길은 물론 앞날도 너무 어둡고 위태로워 보인다. 북한 내 감시의 눈길을 의식해서인지 강추위 속에서도 짐보따리나 방한 장비조차 갖추지 않았다. 본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강 장면을 촬영한 권철씨에게서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

두만강 중국 측 국경지대=권철 사진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