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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銀 "한미銀 인수"…국내 은행권 판도 뒤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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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씨티은행이 국내 은행계 판도를 뒤바꿀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는 그동안 외국계 자본의 국내 진출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한미은행의 대주주 칼라일은 모두 3~4년 동안 경영을 한 뒤 투자 차익만 챙겨 떠날 투자펀드였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투자차익보다는 국내 금융시장의 본격 공략이 목표다. 국내 은행들이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세계 각국에서 쌓아온 영업 노하우에 국내 시중은행의 인력과 점포망까지 갖춘다면 국내은행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상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방에 뛰어든 씨티은행=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는 전통있는 외국 상업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첫 사례가 된다. 외환위기 직후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외환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에 참여한 바 있지만 정부 지분이 절반이어서 반쪽짜리 인수였다.

씨티은행은 세계 각국에 5천6백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발급한 카드는 6천5백만장이다. 세계 1백여개 국가에 3천4백개 지점이 있다. 국내 은행과는 비교가 안되는 덩치다.

그동안 씨티은행이 서울.부산에 있는 12개 지점만으로 국내 시중은행에 맞먹는 영업력을 발휘한 것은 이런 덩치와 영업 노하우 덕분이었다. 여기다 전국에 2백25개의 지점을 갖춘 한미은행을 인수한다면 단번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최강자의 위치에 오를 잠재력을 갖추게 된다.

◇은행권 판도 변화 예고=지난해 한미은행의 입찰이 확정됐을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씨티은행과 같은 외국계 은행이 시중은행을 인수한다면 이미 장단점이 노출된 기존 국내 시중은행 몇개가 합병하는 것보다 국민은행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국내 은행도 추가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더 키우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선 덩치를 더 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의 매각은 물론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과정에 국내 은행도 뛰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매물로 나와 있는 한투.대투증권과 LG증권 및 카드의 매각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일정과 전망=씨티은행은 외국의 은행을 사들일 때 1백%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한미은행의 경우도 칼라일과 스탠더드차터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다른 외국계 투자자와 국내 소액주주가 가지고 있는 지분까지 모두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시티그룹은 2001년 멕시코 최대 은행인 바나멕스를 1백2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바나멕스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시티그룹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 주식까지 사들여 소각했다. 이럴 경우 한미은행은 상장폐지되지만 주주들은 현금이나 씨티은행 주식으로 보상받게 된다.

정경민.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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