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극적 생환한 영국 '카누맨' 알고 보니 보험 사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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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카누를 타고 바다에 나간 뒤 실종됐다가 5년 반 만에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영국 남성의 이야기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사기극인 것으로 드러났다.

'카누맨'이라는 제목으로 연일 영국 언론을 장식해 온 이 남자의 이름은 존 다윈(57). 교도관이던 그는 2002년 잉글랜드의 한 해변 마을에서 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실종됐다. 몇 주에 걸친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다윈은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으며 빈 카누만 찾았을 뿐이다. 실종 6개월 뒤 그는 법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고 가족들은 장례까지 치렀다.

그 뒤 부인 앤은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사망 보험금을 타내고 남편의 공무원 사망연금도 받아 왔다. 지난해엔 파나마에 새 아파트를 장만했고, 10월 중순 런던의 집을 45만 파운드(약 8억4000만원)에 팔고 파나마로 이주했다.

다윈은 행발불명된 지 5년 반 만인 이달 1일 갑자기 런던의 한 경찰서에 나타나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영국 언론은 그의 생환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대중 일간지 데일리 미러는 다윈과 그의 부인 앤이 지난해 임대한 파나마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사진)을 입수해 5일 게재했다. 다윈 부부가 아파트 임대 등 파나마 이주를 주선한 이민 알선회사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보험금을 노린 다윈 부부의 사기극이 한 장의 사진으로 덜미가 잡힌 것이다.

경찰은 데일리 미러 보도가 나오자 다윈을 보험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현재 파나마에 머물고 있는 앤은 6일 "보험금으로 파나마에서 남편과 새 삶을 시작하려고 했다"며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자수 의사를 밝혔다.

사실 경찰은 거액의 보험금을 받은 앤이 재산을 파나마로 옮기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하는 데다 최근 "앤이 남편이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보를 받아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망이 좁혀 오자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다윈이 기억 상실증을 가장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일간지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다윈의 아버지와 두 아들이 "배신당한 기분이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견뎌야 했다"며 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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