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반대 의원 아예 투표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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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안은 통과됐지만 후유증은 오래 남을 것 같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6일 오후 본회의장 앞 로턴더홀에 모여 있던 정부 관계자들과 의원 보좌관들은 환호 대신 일제히 "휴우~"하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 의원 보좌관은 "비준안 하나를 놓고 온 나라가 이렇게 진을 뺐단 말이냐"며 허탈해 했다.

비준안 통과 여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개 속이었다. 각 당 지도부는 아침 일찍부터 의원총회와 원내대책회의 등을 잇따라 열고 표 단속에 분주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의원 모두에게 찬반을 물은 결과 25명만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며 "찬성이 당론이며, 당론을 따르지 않을 경우 대표로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도 "비준안 통과에 내 신임을 걸겠다"며 당내 반대 의원들을 압박했다. 열린우리당도 의총을 통해 찬성 당론을 재확인했다. 박관용 의장도 4당 총무들과 회동한 뒤 "오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도 막판 설득에 나섰다. 고건 총리는 국회에서 농촌 출신 의원 1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몇 가지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민주당 정철기.이정일 의원 등은 "이 정도면 정부가 할 만큼 했다고 본다. 단상점거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최병렬 대표는 한나라당 농촌 출신 의원 20여명이 오찬을 하는 자리에 참석해 "반대할 의원들은 차라리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마라"고 설득했다.

◇표 분석=반대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집중됐다. 한나라당은 의원 1백47명 중 1백29명이 투표에 참석, 98명이 찬성하고 31명이 반대했다. 자유투표로 임한 민주당도 의원 62명 중 53명이 투표해 23명이 찬성하고 29명이 반대했다. 열린우리당은 의원 46명 중 39명이 투표해 36명이 찬성했다. 이강래.문석호.송석찬 의원 등 3명은 당론과 달리 반대표를 던졌다. 자민련은 2명이 찬성, 6명이 반대했고 무소속과 비교섭단체 의원 7명 중에는 5명이 투표해 3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했다.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 등 3당 대표.총무들은 모두 찬성했다. 반면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불참했고 김학원 총무는 반대했다.

박신홍.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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