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검찰수사, 정치권 공방 불씨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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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제기된 3대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리함으로써 사건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주임 최재경 부장)은 5일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은 BBK를 소유한 김경준씨의 단독 범행이며 ㈜다스의 BBK 투자는 김씨의 설득으로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려 김씨에게 일방적인 패배를 선언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등 이 후보 무혐의 처리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한 만큼 이 후보 의혹에 대한 수사는 종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를 97% 밝혀냈다는 검찰 스스로의 평가는 정치권 공방의 불씨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풀지 못한 3%는 이 후보 의혹의 핵심인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다. 검찰은 ㈜다스의 관계자 및 회계장부 조사를 통해 ㈜다스 실제 소유주는 이 후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도곡동 땅 매각대금 가운데 7억9000만원이 ㈜다스의 투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에 주목하고 이 돈의 실제 주인을 가려내려 했으나 계좌추적에 실패한 것이다.

이 돈의 주인은 지난 8월 검찰이 '제3자'로 말한 인물이거나 ㈜다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인물일 수 있지만 검찰은 더 이상의 수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EBK 회장 직함이 기재된 명함, 마프펀드 회장 직함이 적힌 홍보물의 정체도 정치권 공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BBK의 지분 소유자를 추적해 BBK의 주인이 누구인지 가려냈기 때문에 명함 및 홍보물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명함의 정체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이 후보는 "대한민국 법이 살아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게다가 이날 새벽 4시로 예정됐던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의 기자회견이 전격 취소되자 '김씨 가족이 검찰 수사결과에 맞설 새로운 카드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한나라당은 유리한 고지까지 점한 상황이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는 검찰 수사결과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당 측은 "검찰이 이 후보에게 줄을 섰다"고 비난하고 "즉각 특검을 도입해 검찰이 포기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특검을 도입해도 바뀔 것이 없다"며 수사 결과에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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