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주범은 선진국" 중국·인도 의무감축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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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협상이 중국과 인도라는 암초를 만났다. 전 세계 190여 개국이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에 모여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협의하고 있으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이 달라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의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 방지는 물 건너간다며 두 나라를 의무 감축국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도는 선진국이 그동안 온실 가스를 많이 배출해 지구 온난화를 초래했다며 자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의무 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소비국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올해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CO2) 배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420억t으로 2005년(270억t)보다 56% 늘 전망이다. 인도도 2015년께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최근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심각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선진국은 1990년 수준보다 80%를 줄이고, 개발도상국은 20% 감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인도는 이 제안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평론을 내고 "선진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18세기부터 195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의 95%, 그 이후 50년간 77%를 배출했다"며 선진국의 책임을 추궁했다. 몬텍 싱 아흘루왈리아 인도 경제계획위원장도 "UNDP의 제안은 겉보기에는 합리적이나 잘 따져보면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안대로 따르면 인도의 1인당 CO2 배출량은 영원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3분의 1 수준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인도의 1인당 CO2 배출량은 각각 미국의 5분의 1, 1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과 인도는 자발적인 감축을 원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20%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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