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결산-각국의 利害得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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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번 亞太경제협력체(APEC)회담 결과는 다자간 협상에서 역시 힘이 강한 국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는 점을 재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회원국은 18개국(칠레 포함)이지만 막판까지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역내 무역자유화 추진에 있어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일본등 선진국의 입장이 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올해 APEC회의에서 처음으로 돌출된 역내 무역자유화는 회담결과 오히려 일정이 앞당겨진 느낌이다.지난 8월 저명인사그룹(EPG)이 제안한 무역자유화 일정에서는 역내 회원국들이 오는 2000년부터 무역자유화를 개시하기로 돼있는데, 회담 결과 보고르선언에서는 무역자유화 작업을 95년부터 바로 착수한다고 돼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는 내년초를 기해 APEC역내에서 보다 진전된 무역자유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따라서 APEC 역내 회원국들은 지난해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결과보다 더욱 진전된 무역자유화를 추진해나가야 할판이다. 이번 협상에서 무역자유화를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국가는 역시 미국이다.지난 8월 EPG 제안도 프레드 버그스텐 美국제경제연구소장의 주도아래 미국의 이해를 강하게 반영해 마련된것이다.미국은 무역적자의 대부분이 APEC 역내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무역자유화를 통해 이를 개선해나갈속셈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APEC 회원국이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회원국인말레이시아.태국 등은 급속한 무역자유화 추진이 자칫 이들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입지를 불리하게 만들 것을 우려,무역자유화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이중에서도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아세안과 별도로 동아시아경제회의(EAEC)등을 제창하는등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한국.오스트레일리아등은 무역자유화에 대해 중도적인 입장에 있다.다만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농산물과 각종 자원 등 1차상품의 교역에 있어 유리한 입장에 있고 또 제조업 교역에 있어서도별달리 불리해질게 없다는 판단아래 무역자유화를 강력히 밀고 있는 편.올해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도 무역자유화 추진을 옹호하고 회원국들을 설득하는 입장이다.
이에반해 태국.필리핀 등 개발도상국들과 한국.일본.대만 등 경제체질이 무역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자원 빈국들은 무역자유화의 진전이 자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득실을 면밀히 따져봐야할 판이다.특히 일본은 미국이 APEC를 통해 금융.농업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문에 대한 개방 압력을 높일 것에 대해은근히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번 보고르선언에서 개발도상국들이 APEC를 통해 가장관심을 갖고 있는▲기술이전▲역내 인프라 구축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 없이 선언적 의미에 그친 것도 약한 자의 슬픔을 반영하고 있다.
〈金炯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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