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다폰 - 美 싱귤라 2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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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럽 최대의 이동통신회사인 영국 보다폰 그룹이 미국 3위 이동통신회사인 AT&T와이어리스 인수를 위한 입찰에 3백50억달러를 제시했다고 외신들이 16일 보도했다. 이 같은 금액은 이번 입찰에 참가한 미국 2위의 이동통신사 싱귤라가 제시한 금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AT&T와이어리스의 지분 16%를 갖고 있는 일본의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와 또 다른 인수후보로 꼽혔던 미국 넥스텔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AT&T와이어리스 입찰은 보다폰과 싱귤라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미 유선전화회사인 버라이존에 이어 2대 주주로서 미국 이동전화 1위 업체인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보다폰은 연매출 8백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 자체 브랜드를 통해 진출하기 위해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지 않으면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미국 업체 사냥에 나선 것이다.

보다폰이 낙찰될 경우 인수금액을 마련하고 미국 경쟁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3백억달러 정도로 평가되는 기존 버라이존와이어리스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분매각에 따른 세금과 싱귤라를 물리치기 위해 추가될 입찰금액을 합치면 50억~1백억달러를 보다폰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AT&T와이어리스가 버라이존와이어리스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네트워크도 낙후된 회사라는 점도 문제다. 이런 이유로 보다폰의 이번 입찰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많다.

싱귤라는 AT&T와이어리스를 인수한 뒤 흡수 합병해 미국 최대의 단일 이동통신사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자를 제거하고 가격 인하를 통해 고객 기반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싱귤라는 자사와 비슷한 가격에 보다폰이 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수금액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의사를 블룸버그통신에 흘리며 한판 싸움을 벼르고 있다.

AT&T와이어리스는 최근 가입자 이탈률이 경쟁회사인 버라이존와이어리스보다 더 높아지는 등 경영이 어려워지자 스스로 회사 매각을 선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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