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노출로 숨진 근로자에 첫 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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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석면에 노출돼 숨진 근로자에게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52민사단독 김세종 판사는 2년간 석면 제조 회사에 근무하면서 암의 일종인 악성 흉막 중피종에 걸려 투병하다 숨진 원모(사망 당시 46세.여)씨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는 유족에게 1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 회사는 석면 제조 전문회사로서 석면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근로자들에게 보호복과 보호마스크.장갑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석면 먼지나 가루가 환기될 수 있는 시설도 설치하지 않았던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사가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종업원의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한 잘못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석면의 피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근로자의 과실도 10%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원씨는 1976년 2월부터 2년간 부산의 석면포 제조업체인 J화학에서 일하다 퇴사한 뒤 2004년 석면 노출에 의한 악성 흉막 중피종 진단을 받고 2005년 5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씨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병이 악화돼 숨졌다.

◆악성 흉막 중피종= 폐·심장·위장 등의 장기는 각각 흉막·심막·복막 같은 막으로 싸여 있고 이들 막의 표면을 덮고 있는 것이 중피(中皮)다. 여기에 생긴 종양이 중피종이다. 석면이 흉막에 싸여 일으키는 질환이 흉막 중피종이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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