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신도들에 재정 공개 … 불교계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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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신도 20만 명이 넘는 강남 최대 사찰 봉은사(주지 명진스님)가 4일 올해 재정 상태를 일반 신도에게 공개했다.

서울 석촌동 불광사 회주 지홍스님이 조계사 주지 때부터 신도회 임원을 대상으로 재정 상태를 공개해 왔으나, 일반 신도에게도 재정 상태를 공개한 건 불교계에서 최초의 일이다. 천주교에선 서울대교구가 8월 한국 천주교 최초로 재무제표를 일반 신자에게 공개한 바 있다.

명진스님은 "올해 신정아 사건 등으로 상처받은 1000만 불자(佛子)에게 청정 불교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사찰의 재정 상태를 알 수 있는 불전함(佛錢函)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봉은사의 총수입은 96억1820만원. 항목별로는 불전함 수입 10억9900만원, 기도 동참 등 불공(佛供) 수입 55억2000만원, 사업 수입 6억9152만원 등이다. 총지출은 85억5729만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지출 내역은 인건비 19억7190만원, 관리운영비 18억7653억원, 포교.교육연수비 등 목적사업비 14억5453억원 등이다.

명진스님은 "앞으로 절집의 관행인 스님들의 객비나 선방 스님들을 위한 약값 등을 마음대로 지출할 수 없어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일의일발칠가식(一衣一鉢七家食)이라는 승가의 정신으로 돌아가 스님은 수행에 전념하고 살림은 재가 신도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봉은사는 불전함 수거에 일반 신자가 참여하고, 외부 전문가에게 회계를 의뢰하는 등 분기별 재정 상태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 사찰 운영에 대한 신도회의 참여를 점차 확대, 장기적으로 사찰 재정운영권을 신도회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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