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총리급 격상 … 북 전승훈 서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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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경제부총리와 북측의 전승훈(사진) 내각 부총리가 4일 오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얼굴을 맞댔다. 경제부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경제협력공동위원회 1차 회의를 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4~6일 회담에서 ▶개성공단 활성화 ▶조선협력단지 건설 ▶철도.도로 개.보수 등을 집중 논의한다.

첫날 회담에서 권 부총리는 "북측이 비교우위를 갖는 생산 요소를 활용한 수출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남측이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총리는 북측의 자원 개발에 대한 협력과 남북 경협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양측은 이달 하순 조선 분과위를 개성에서 여는 등 ▶개성공단 ▶농수산 ▶보건.의료 ▶환경 등 공동위 산하 6개 분과위 활동 일정을 협의했다.

하지만 회담 의제가 2007 남북 정상회담(10월 2~4일) 합의문에 명기된 내용으로 국한되는 바람에 '부총리급 회담'이란 위상에 걸맞지 않게 맥 빠진 실무회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초 남측은 서해유전 공동 개발, 나진.선봉 물류특구 조성 등 남북 정상선언에서 빠진 의제들을 제기할 방침이었으나 북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남북은 2000년 이후 차관급 경협추진위를 13차례 개최하다 10.4 정상회담에서 회담 주체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정례화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 부총리, 15년 만에 서울 방문=전 부총리는 금속공업 분야의 경제관료 출신이다. 전 부총리는 1990년대 중반 무역성 소속 흑색금속수출입회사 사장이 돼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그는 이날 회담에서 "좋은 말은 잘 타면 천리마가 되고 잘못 타면 하늘소(당나귀의 북한식 표현)가 된다는 속담이 있는데 북남 경협 활성화는 좋은 용마가 마련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 부총리는 서울 방문이 처음이다. 우리 측에선 당초 네 명의 내각 부총리 중 대외 업무에 밝고 남측에도 잘 알려진 노두철 부총리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김남식 통일부 대변인은 "92년 김달현 부총리의 방문 이후 북한 부총리가 서울에 온 것은 15년 만이다"고 말했다.

예영준.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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