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행동 고쳐 나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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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권오규 부총리(사진)는 3일 삼성의 비자금 파문에 대해 "제도 개선에 맞게 기업의 행동양식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삼성그룹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행동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KBS.MBC 라디오와 각각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총리는 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투명성.책임성.재무건전성 등 3가지를 꼽고, 이 중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회계공시제도, 사외이사제가 도입되면서 책임성.투명성과 관련한 제도적 틀은 개선됐지만 실제 기업 운영은 (이에)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 사태를 금산 분리 문제와 연결시켰다. 금산 분리는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권 부총리는 "이번 일로 금산 분리를 엄격히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금산 분리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올 7월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재벌에게도 은행을 소유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곧바로 "재벌의 은행 소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최근 유력 대선 주자들이 금산 분리 완화를 공약하면서 정부의 금산 분리 원칙도 흔들리는 조짐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매각을 앞두고 재경부로선 금산 분리 고수가 발등에 불"이라며 "권 부총리의 발언은 재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등에 업고 금산 분리 완화 주장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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