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亞.太 순방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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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부터 인도네시아의 보고르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모임은 우리에게 지난 5년간 있었던 각료회의나정상회담 때보다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세계무역기구(WTO)라는새로운 교역체제 출범에 따른 지역 경제구조 조 정과 협력의 필요성,북한핵(北韓核)문제 협상 결과에 따른 지역적인 안보(安保)협력장치 마련의 필요성등이 맞물려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회의에 참가하는 정부의 목표나 정책의지가 전에 비해 훨씬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같다.APEC정상회담에 참석하고필리핀.인도네시아.호주(濠洲)방문을 위해 10일간의 여정(旅程)에 오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일정(日程)에 그런 성격이 담겨 있다.우선 두드러진 점은 이번 정부 대표단에 金대통령으로선 전에 없이 많은 경제인을 동반하고 간다는 점이다.이는 이제대통령도 국가 경제를 위한 세일즈맨의 역할을 맡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르겠다는 적극적인 의 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APEC의 성격이나 목적,또 우리 수출에서 70%, 수입에서63%를 차지하는 그 비중과 성장 잠재력으로 보아 정부의 이러한 의지는 당연하다.새로운 WTO체제에서 거의 모든 부문에서 무역 개방약속을 한 우리로선 이번 회의에서 논의 될 역내(域內)무역및 투자 자유화가 성사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EU),북미(北美)자유무역 협정등 경제의 블록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미 많은 것을 내준 우리의 활로(活路)를 APEC역내에서 찾아야 한다.
金대통령의 일정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미국.일본.중국 지도자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점이다.북-미(北-美)간의 핵(核)협상 이후 새로이 전개될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경수로 지원방안을 비롯한 안보협력 문제를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이미 다자(多者)간 안보체제를 제의해 온 우리로서는 여러 지역지도자들이 모인 자리,또순방하는 국가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필요성을 제기할 기회가 된다는데서 이번 대통령의 순 방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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