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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 각서파동을 보고...金대표,정말 이게 뭡네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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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동길(金東吉)신민당(新民黨)대표가 金교수 시절 즐겨 쓰던 용어가 있었다.약간의 평양 어투가 섞인『이게 뭡네까』라는 말은金대표의 콧수염및 나비 넥타이와 함께 한때 장안의 명물이었다.
이파 저파 나뉘어 국민의 뜻과 달리 당리당략(黨 利黨略)에 몰려드는 정치인들을『이게 뭡네까』라며 호통치고,면종복배(面從腹背)하고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놀아나는 정상배(政商輩)구정치인들의 작태를『이게 뭡네까』하며 비아냥거릴 때그 金교수가 좋았다. 그 金교수가 金대표가 되어 보여준 지난 2년여의 짧은 정치역정은 너무나 황당하고 치졸해『정말 이게 뭡네까』라는 말 밖에나올게 없다.『조국이 걱정될뿐 대통령병 환자가 아니다』라며 새깃발 새 바람을 내세우며 새한당을 창당한게 9 2년 1월,불과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재벌당이라는 국민당과 합당을 해버렸다.국민당 정주영(鄭周永)후보가 대선 참패와 함께 탈당해버리자 金대표는『형님 이게 뭡네까』하며 鄭회장과 맺은 의형제 결연의정서까지 언론에 공개하며「형님 날 버리 고 가면 어쩌오」하는 식으로매달렸다.
연약한 지식인이 황량한 서부같은 정치판에 홀홀단기(單騎)로 돈키호테처럼 뛰어들면 상처받고 음해도 받을 것이라 짐작했다.그러나 뜻밖에 金대표가 보여준 노회한 수법은 구정치인들의 그것을능가했다.때론 당리당략에 따라 합당과 해당(解黨 )을 서슴지 않았고 대권(大權)과 당권(黨權)을 위한 일이라면 야합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당대회에서 상대방이 깡패를 동원하면 유도선수를 동원했고,고소를 하면 맞고소로 대응했다.사퇴와 번복을 밥먹듯 했고 때로는가출도 서슴지 않았다.
94년 3월8일 김동길.양순직(楊淳稙).한영수(韓英洙).임춘원(林春元)등 4명이 합의했다는 문제의 5개항 합의각서는 97년 대선에서 대통령후보로 김동길의원을,당대표최고위원에 양순직의원을 추대하기로 합의한 내용이란다.金대표 쪽은 그 런거 쓴적 없다,있다면 대표직을 내놓겠다고 공언까지 했다.楊씨 쪽에서는 무슨 소리냐,63빌딩 멤버스클럽에서 4명이 연서(連書)해놓고 지금와서 오리발이냐고 대든다.서로가 명예 훼손이라고 맞고소 해대니 검찰이 감식반까지 동원해서 각서의 진부를 검사했다.진짜라는 결론이 나왔다.그러나 金씨 쪽에서는 생사람 잡는 정치음모라고 아직도 버틴다.
문제의 각서가 어느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는 시간이 가면 드러날 일이지만 도대체 새 정치 한답시고 모여 헌정치인들 물러가라고 밤낮으로 소리쳤던 사람들이 어떻게 한자리에 모여 대권과 당권을 나눠먹기식으로 분할할 수 있는지 그게 속상하 고 가슴아프다. 김동길선생하면 저 어둡고 무서웠던 군사정권 시절에도 힘차고 명쾌한 문장으로 독재와의 일전을 불사했던 인물이 아닌가.두金씨가 야권 대동단합을 하지 못할때 그는『양 김씨여,세 김씨여어서 떠나세요.어둡기 전에 어서』하며 정치일선에서 떠나 낚시나하라고 바로 10년 전에 강력히 권하지 않았던가.
金대표 정말 이게 뭡네까.군사정치가 끝나고 문민정치가 시작되는 지금,마치 지난 시대 구정치 작태가 어떠했던가를 스스로 재현해 역사적 교훈으로 삼으라는듯 한때 역사학자였던 金대표 스스로가 연출하는 일인극을 보는듯 하다.
이게 연극이라면 이젠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이게 현실이라면더 이상 낡은 작태는 볼 필요가 없다.97년에서 2002년에 이르는 21세기의 미래를 이들「헌 정치인들」에게 더이상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一人劇」 幕 내릴때 나의 때가 끝났음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현명한 사람이다.더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한때나마 金대표 아닌 金교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지녔던 사람들에게 추억이나마 간직하도록 정치를 떠나 낚시나 하는게 21세기후배들을 위한 마지막 공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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