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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픽사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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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애니메이션 업체인 에네메스의 최진(40·사진) 사장은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만화영화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을 만든 세계적 애니메이션 업체인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벤치마킹 모델’로 꼽았다. 최 사장은 또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제 세계적 수준에 올랐으나 아직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를 알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최 사장의 포부는 지난달 29일 싱가포르에서 비로소 큰 결실 하나를 맺었다. 그가 작가 겸 감독·제작자로 1인 3역을 맡은 ‘크리스탈 요정 지스쿼드(사진)’가 ‘아시아 TV 어워즈’의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지스쿼드’는 우주 정복을 꿈꾸는 악당으로부터 우주를 구하는 세 소녀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영화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업체인 캐나다 넬바나와 한국벤처캐피털, 에네메스가 자금을 댔다. 국내 만화영화로는 적지 않은 편당(22분짜리) 3억원이 투입돼, 순수 국내 기술로 26편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9월까지 SBS에서 전파를 탔고 만화채널인 카툰네트워크와 챔프·애니원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디즈니와 캐나다 YTV·텔레툰이 내년 초 방영할 예정이다. 일본 나고야TV와 방송 협상이 진행중이며 유럽의 12개 방송국도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최 사장은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3학년을 다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고 샌프란시스코 예술대(AAC)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애니메이션은 국가 간 문화적 장벽이 낮아 세계 시장에서 잘 통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 서니 프로덕션에서 뮤직 비디오, 컴퓨터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며 경험을 쌓았다. 2002년 서울로 돌아와 에네메스를 세웠다. 이 회사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두고 있다. 디즈니의 ‘릴로 & 스티치!’와 ‘히글리타운 영웅들’과 같은 유명 TV 만화영화 시리즈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만들어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 사장은 “인기 만화영화인 ‘포켓몬’이나 ‘유희왕’, ‘탑블레이드’ 등이 올린 수익은 웬만한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을 뛰어넘는다”며 “‘지스쿼드’를 통해 기획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전세계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만화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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