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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때문에…남쪽나라 여름 철새 검은이마직박구리 국내 번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아열대성 조류로 중국 남부와 대만, 베트남 북부에서만 사는 검은이마직박구리가 국내에서도 번식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2003년 국내에서도 목격된 이후 4년 만에 번식이 확인될 정도로 서식지가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셈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7월 19일 전남 신안군 장도에서 어미 한 마리와 둥지를 갓 떠난 어린 새끼 두 마리를, 10월 4일에는 어미 두 마리와 어린 새 다섯 마리를 관찰했다며 2일 사진을 공개했다. 어미 새는 몸길이 17㎝ 정도이고 이마가 검은색이지만 새끼(사진)는 갈색 깃털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알이나 둥지는 찾지 못했으나 부화된 다음 바다를 건너 이동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어미를 따라 다니는 새끼의 몸체가 작았고, 어린 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2003년 가을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 처음 서식이 확인됐다. 2004년 9~10월에도 경기도 옹진군 소청도에서 어린 새 10마리를 포함해 13마리가 관찰됐으나 관찰시기가 늦어 번식에 대한 확증을 갖기 어려웠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월동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텃새라기보다는 여름 철새로 분류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이다.

연구팀 박진영 박사는 "이번 사례가 지구온난화 탓이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성급할 수도 있어 장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처음 출현 이후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번식까지 한 것을 보면 10년쯤 뒤에는 전국에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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