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수배자 '공개 결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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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이 추적 중인 운동권 수배자가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15일 오후 1시10분쯤 서울 덕성여대 대강당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인 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 윤기진(29)씨와 이 단체 대변인 황선(30.여)씨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윤씨는 1999년 7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을 지낸 뒤 6년째 수배 중인 상태다. 황씨도 지난해 범청학련 통일선봉대 총대장을 지내며 벌인 각종 활동으로 경찰의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3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이들의 결혼식 주례는 통일연대 한상열 목사가 맡았고, 재야 인사 6백50여명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결혼식 분위기는 활기찬 모습이면서도 한편으론 비장했다.

尹씨는 결혼식에서 '다짐글'을 낭독하던 중 "부모님의 관심과 지난날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며 1분 정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분홍색 꽃무늬가 들어간 흰 한복 차림의 黃씨는 활기찬 모습이었다. 신부 黃씨는 결혼식을 마친 뒤 식장을 나왔지만, 신랑 尹씨는 경찰의 포위망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학교 주변에 전.의경 3개 중대를 배치했으나 결혼식 도중 학교에 진입하진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후 배치 병력을 철수시켰다.

이들 부부는 결혼식을 앞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식을 치를 수 있도록 강제연행을 자제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바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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