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과 관계개선 적극 접근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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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제 구면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일정이 아주 빠듯한 것 같습니다.

▶김양건 부장=오늘 많이 봤습니다.

▶노 대통령=인천에 가신 것은….

▶김 부장=어제였습니다. 아, 대단했습니다. 전망도 좋고…. 오늘은 대우조선해양에도 가고 부산에도 갔습니다. 부산은 항구도시여서 아주 좋던데요.

서울을 이틀째 방문 중인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30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다. 만남은 당초 예정됐던 40분을 넘겨 50분 동안 계속됐다. 김 부장은 "좋은 구경했다" "대단했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심 측근이다.

김 부장은 "김정일 위원장께서 서울에 가면 노 대통령이 바쁘셔서 시간을 못 내실지 모르지만, 뵙게 되면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김 위원장의 인사를 전했다.

노 대통령은 '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과 관련해 "남북 양측이 성의를 갖고 기대 수준 이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김 부장을 서울에 보낸 것 자체가 북측의 정상선언 이행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에 김 부장은 "남측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의를 갖고 10.4 정상선언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6.15 공동선언으로 시작된 평화 번영의 흐름이 절대로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김 부장에게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의 진전을 꾸준히 달성해 가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접근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러한 노력은 남북정상선언의 차질 없는 이행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국방장관회담(11월 27~29일)에 대해선 "(서해)공동어로구역에 합의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어려운 문제는 뒤로 미뤄 놓으면서 다른 많은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의 청와대 방문에는 수행원으로 따라온 통전부 최승철 부부장.원동연 실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선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등이 배석했다.

◆남한 경제력에 놀라고 남북 경협에 의욕=김 부장은 30일 부산.거제의 산업 현장을 둘러보며 간간이 시설의 규모나 기술력에 대해 놀라는 표정이었다. 서울에서 헬기를 타고 거제로 이동한 김 부장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보고는 "크기가 얼마냐"고 물었다. 이인복 대우조선해양 상무가 "남한에서 하루 사용할 수 있는 양(14만5000㎥급)"이라고 설명하자 김 부장은 "기술도 높고 기능도 높은 것 같습네다"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회사 현황 브리핑 시에는 "한국의 조선 산업이 중국에 얼마나 앞서 있느냐"며 한.중 간 조선산업의 격차에 관심을 나타냈다.

김 부장이 헬기를 타고 서울~거제~부산~서울을 다니는 과정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은 줄곧 그와 자리를 함께했다. 두 사람은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들이다. 대북 관계 소식통은 "두 사람이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4자(남북한.미국.중국) 종전선언 등 민감한 현안들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 일행은 2박3일간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1일 육로로 평양에 돌아간다.

박승희.예영준 기자,

부산.거제=강진권.김상진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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