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창덕궁, 車 매연·진동에 담장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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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서울시내 창덕궁도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돈화문에서 북촌을 따라 이어지는 서편 외곽 담장 곳곳에는 파손돼 떨어져 나간 흔적과 금이 간 자국들이 역력하다. 담장 상부의 기와도 곳곳이 부서지고 허물어져 내렸다. 담장을 따라 3백여m가량 주차장이 설치돼 있어 곳곳이 차량 매연으로 시커멓게 그을렸다.

그뿐 아니다. 담장 밑부분의 장대석(담장을 지지하는 길게 다듬은 돌)들은 상당구간 도로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도로가 벽면 위로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장대석이 아스팔트 속에 묻힌 것이다. 궁궐 내부와 외부를 비교하면 바깥쪽이 최대 1m까지 높다.

인근 불교미술박물관의 권대성 관장은 "수십년간 포장을 덧씌우면서 생긴 일"이라며 "담장을 타고 올라온 길의 압력과 하루종일 주차장을 드나드는 차량의 진동으로 곳곳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불교미술박물관 근처에서는 붕괴 위험이 지적되면서 담장의 40여m 구간을 허물고 새로 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담장까지는 문화재청 소관이지만 담 밖은 지방자치단체 관할이라 관리주체가 다르다는 점. 문화재청 궁원관리과 담당자는 "구청에서 협조하지 않는 한 현 상태대로 보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촌문화포럼 이주연 사무국장은 "담을 타고 올라간 도로는 세계문화유산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무지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세계유산은 등록된 뒤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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