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주운전 採血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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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운전자가 『술에 취해 운전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 가 있을 경우』경찰이 언제든 음주측정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또 운전자가 측정 결과에 불복할 경우 운전자의 동의를 얻어 혈 액채취도 할수 있게 경찰의 권한을 넓혔다.이 개정내용은 지난 9월 법원이경찰의 마구잡이 음주측정강요에 제동(制動)을 건데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음주운전의 사회적 피해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음주관행에 비추어 강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교통안전과 위험방지,즉 사고예방을 위해서만 음주측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현행 규정으로는 음주 운전을 하고도 이로 인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사람을 처벌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현재도 말썽이 되고 있는 마구잡이 음주측정과과잉처벌을 합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한번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지난 9월에 법원이 음주측정불응죄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 서였다.현재 음주측정불응죄의 법정형은 최고 2년이나 된다.이렇게 법정형이 높은 상황에서 「상당한 이유」라는 극히 막연하고 주관적인 기준을함부로 적용한다면 음주운전 예방의 사회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인권및 법적 권리의 침해를 낳 을 수도 있다.
음주측정의 방법으로 혈액채취를 추가한 것도 그 실시요건을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고 본다.「운전자의 동의」를 얻어 채취한다고되어 있어 강제채취는 아니다.그러나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때 이는 강제채취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따라서 이 규정도 좀더 특별한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있으며,채취는 반드시 의사에 의해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많은 나라들이 혈액채취 거부를 음주의 정황증거로 활용할 뿐 채취를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음주측정은 측정기만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또 음주측정불응을 없게 하려면 측정기부터 정밀해야 한다.음주운전예방은 좋지만국민의 권리보호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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