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작전주 손댔다간 백전백패 강남 집부자도 집 팔아 투자 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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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주식 시세판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대신증권 여성 지점장들. 사진 오른쪽부터 박성희(홍제동), 양은희(논현역), 정지영(수지), 안연희(장안동), 이순남(강남역) 지점장.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그런데 다섯이 뭉쳤다. 아예 접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아니다. 경력과 성향을 보니 오히려 튼튼한 접시가 나올 것 같다. 증권 밥만 20년 가까이 먹었다는 이들이다. 남편보다 주식·펀드가 좋다는 이들이다. 대신증권 ‘독수리 5자매’. 이순남(강남역)·정지영(수지)·양은희(논현역)·안연희(장안동)·박성희(홍제동) 지점장이다. 이 회사 112명의 지점장 가운데 딱 다섯 명이 여자다. 이 ‘여자들의 수다’를 엿들었다.

▶이=주가가 냉·온탕을 오간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그래도 고객들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전화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을 텐데….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주식도 부동산처럼 투자해야 돈 벌 수 있다.

▶박=지금은 상승 국면의 조정이다. 다만 변동성이 큰 만큼 섣불리 나서지 말아야 한다. 철저히 성장성이 큰 우량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가가 1000에서 2000 갔다고 다 오른 건 아니다. 수익을 못 내는 종목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정=그래서 아직 정보기술(IT)·자동차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주가가 오르려면 회사가 돈을 잘 벌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않다. 역시 주도주는 주도주다.

▶이=그래도 요즘 보면 하이닉스 같은 건 너무 싸다.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도 안 된다. 타이밍이 문제겠지만 이런 건 사서 묻어두면 나중에 큰 돈 벌 수 있을 것 같다.

▶정=냉장고 하나 살 때도 할인점·백화점·인터넷을 다 비교해 본다. 그러면서 주식은 ‘∼카더라’란 소문만 듣고 무턱대고 산다. 이상 급등 종목 아니면 안 사는 손님도 봤다. 그러나 결국은 우량주 장기 투자한 손님 잔고가 더 불어나 있더라.

▶양=개인들은 테마주나 작전주로는 절대 돈 못 번다.

▶이=그래도 요즘 손님들은 똑똑하다. 2∼3년 전 강남에 아파트 여러 채 갖고 계신 분들은 정리해서 펀드로 옮겼다. 지금은 현금 들고 투자 기회를 노린다.

▶양=손님들이 거의 펀드 도사 수준이다. 굴리는 돈이 많아 그런지 강남 손님들, 작은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다. 깐깐하고 어렵다.

▶박=강북 손님들은 아무래도 믿고 맡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양=최근 중국 펀드 말고 뭘 골라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중국 증시가 많이 빠지긴 했다. 그래도 장기 성장을 고려하면 아직도 중국은 유망하다고 본다. 장기 투자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싶다.

▶정=인덱스 펀드를 추천한다. 수수료가 적지만 그렇게 한다. 장기로 보면 시장 이기는 매니저가 없기 때문이다.

▶안=올 4월 지점장이 되고 난 후 여자라서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고객들은 세심하고 꼼꼼하다고 더 좋아한다. 보람을 느낀다.

▶이=한 번은 여자 고객이 동생을 소개해 줘서 자매 고객을 관리한 적 있었다. 동생이 총각김치를 담가다 주니까 다음날 경쟁하듯 언니는 마른 반찬을 해다 안기더라. 오히려 여자라 주부 고객들이 더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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