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학교 떠나며 전교생에 사랑의 일기장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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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강서구 화곡국교 閔윤범(12.5년).지홍(11.4년)형제는 2일 온가족이 일산 신도시아파트로 입주하게돼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며 저금통을 털었다.
엄마.아빠의 도움을 받아 윤범이 형제는 이 학교 4~6학년 1천9백여명에게 자신들이 써왔던「사랑의 일기장」을 한권씩 선물한 것이다.
『아이들이 사랑의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정말 달라졌어요.우리애들의 변화를 지켜보며 너무 흐뭇해 진작부터 다른 아이들에게도 일기를 선물하고 싶었지만 치맛바람이라는 오해를 살까봐 꾹 참고 있었어요.이제 전학가게 되니까 선물을 해도 오 해 사지는않을테고….』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윤범이 어머니 손혜숙(孫惠淑.36)씨가 찾아간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내 아이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적 생각은 잘못이죠.동네.학교친구들 모두가 내 아이들의 인성(人性)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주춧돌이잖아요.』 윤범이 형제의 아버지 민경장(閔庚章.36)씨는 항공기 조종사다.
閔씨는 한달에 20일 정도는 해외출장으로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항상 아이들이 잘못 크지 않을까 고민이었고,때마침 中央日報에 보도된「사랑의 일기」운동을 읽고나서 올6월초 이 운동을주관하는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人推協.회장 金 富成.(586)3816)에 전화를 돌렸다.
우편으로 일기장을 전달받았고 아이들은 처음엔 귀찮아 하더니만이내 일기쓰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윤범.지홍형제는 서로 싸움도 안하고 이웃어른들께도 꼬박꼬박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용돈을 쓰는것도 꼼꼼해 지고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훨씬 어른스러워졌다.
『우린 재생용지를 사용한 일기장을 쓰고 있어.』 환경운동이 뭔지도 모르던 애들은 사랑의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물자절약.
환경보전을 얘기하고 친구들에게 의젓하게 설명을 하는걸 보며 閔씨 부부는 뿌듯함을 느꼈다.
동네의 같은 또래들에게도 일기장을 선물했던 閔씨부부는 13년전세생활을 마치고 일산신도시 34평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가족회의를 거쳐 각자의 저금통을 털어 남은 친구들에게 일기장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뜻밖의 선물을 전해받은 화곡국교 이득상(李得商.61)교장은『대부분 아무말 없이 전학을 가는 요즘 세태에 윤범이 부모님이 주신 일기장은 아이들에게 정말 값진 선물이 될것』이라며『학생들이 일기를 잘 쓸수 있게 최대한 지도하겠다』고 말 했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 법이다.
〈金鴻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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