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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이것이궁금하다>국내 필름값 외국보다 싼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회사원 金모씨는 일본을 여행하던중 필름가게에 들렀다.
한국에서는 24장짜리 한통에 1천8백~2천원하는 후지필름이 일본 가게에서는 4천5백원을 받고 있었다.
다른 가게를 둘러보아도 4천원이하로는 살 수 없었다.
일본회사인 후지필름社가 만든 제품인데도 수입해 파는 한국에 비해 값이 두배이상이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 돌아와 알아보니 후지필름뿐 아니라 코닥.코니카.현대.
아그파등 국내에 시판되는 필름은 죄다 외국에서 수입하는데도 값은 필름을 직접 만드는 미국.일본.독일의 절반수준이었다.
한국후지필름社가 일본후지필름社로부터 필름을 수입하는 가격은 관세 9%를 포함해 한통(24장기준)에 8백원수준(환율변동에 따라 약간의 값 차이가 있음)이다.여기에 마진을 60%정도 붙여 1천2백80원에 대리점으로 내보내고,대리점은 다시 6%정도의 마진을 붙여 사진관.재료상.유원지.슈퍼등 소매상으로 넘긴다. 소매상은 여기에 50%안팎의 마진을 붙여 최종소비자에게 1천8백~2천원에 팔고 있다.
국내에 8백원으로 들어온 필름이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2천원까지 올라가는 과정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외국에서 판매하는 값은 왜그렇게 비쌀까.그나마 선박운임과 관세를 포함해 8백원이니까 일본후지필름이 한국후지필름에 실제로 넘겨주는 가격 은 6백50원수준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후지필름의 일본내 판매가격은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낮을 법한데 4천원을 웃돌고 정작 수입하는 한국에서는 2천원밖에 하지 않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나라별 물가수준을 예로 들면서 『미국.일본.유럽에서는 필름이 5달러정도해야 다른 물가와수준이 엇비슷하고 한국에서는 2천원정도가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메이커들이 독자적인 필름제조회사가 없는 한국시장을 노리고 자기네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저가(低價)공세를 취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일본후지필름社는 일본내에서 5달러안팎에 판매되는 후지필름을 한국후지필름과의 독점계약을 통해 1달러만 받고 수출하는것이다.코닥.아그파등 다른 필름도 외국메이커와 한국판매회사간에마찬가지 내용의 독점계약이 체결돼 있다.
게다가 국내 필름시장은 1천2백억원(94년 예상)정도로 규모가 작은데다 외국메이커끼리 경쟁이 붙어 값을 올릴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필름값은 지난 80년대초 2천원으로 책정된 이후 지금까지 이값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외 여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국내에서 외국산 필름을싼값에 구입하는게 가능한 셈이다.다만 이들 필름은 한국시장내에서만 판매되도록 단서가 붙어 있고 다른 국가에 재수출하는 것은계약에서 금지하고 있다.
〈李鍾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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