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사회가 무너지는 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 사회 도처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다리만 무너지는게 아니다.아침 신문을 펼쳐든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교정(校庭)의 불상(佛像)을 발길질 하니 교수가 이를 꾸짖자 학생들이 달려들어 집단폭행 을 했다.그것도 대학생들이 스승인줄 뻔히 알면서 피멍이 들만큼 두들겨 팼다.담뱃갑도 벌지 못하는 아버지라고 때려 숨지게 하는 패륜의 아들이 있는가 하면,장교만을 골라 조준 사살한 사병이 제목숨을끊은 사건도 있다.
온통 이 사회의 모든 관계가 엉망으로 무너지고 끊기는 느낌이다.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으며사병과 장교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이는 부자간의 관계로 이뤄지는 가정과 사제간으로 이어지는 학교,그리고 명 령과 지휘체계로 이뤄지는 군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땅과 땅을 이어주는게 다리다.아버지와 아들은 효(孝)라는 다리로 이어지고 있고,스승과 제자는 존경과 사랑이라는 유대로 맺어지며,상사와 부하는 명령과 신뢰로 연결된다.이들 연결 고리가모두 잘못돼 있다.한강 다리 15개가 모두 붕괴 위험에 있듯 부자간.사제간.상하간을 이어주는 모든 다리에 이상이 생겼고,수시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가정과 학교와 군대,나아가모든 공직사회 전체가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무너져 내리는 이 사회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보수하고 낡은 다리를 뜯어내 새로운 다리를 세울 것인가.지금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한강의 다리만이 아니다.우리 마음속을 이어주는 내면(內面)의 다리들을 어떻게 복구하고 어떻게 새로운 가교 를 놓을 것인가.이것이 더욱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부자간의 다리,이웃간의 다리,사제간의 다리,상하간의 다리를 제각기 제자리에서 점검하고 보수할 때다.낡고 잘못된 다리는 과감히 뜯어고치는 전면적 의식 보수(補修)작업이 문민시대의새로운 의식개혁 운동으로 제창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